양대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시장을 두고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실적 격차 역시 점차 벌어지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이 작년 연간 실적을 뛰어넘으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반면, 국내 소매금융 시장 철수를 준비 중인 씨티은행의 순익은 뒷걸음질쳤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올들어 지난 3분기까지 총 26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829억원)과 비교해 44.5% 증가한 수치다. SC제일은행의 작년 연간 당기순익 규모가 2571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은 것이다.
반면 씨티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2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1% 감소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익 또한 1000억원(1007억원)을 가까스로 넘는데 그쳤다. 올들어 국내 은행권 중 실적 부문에서 역성장한 곳은 씨티은행이 유일하다. 코로나19 직전해인 지난 2019년 같은 기간 해당 은행 순익은 2596억원 수준이었으나 이 역시 과거의 영광으로 남게 됐다.
두 은행의 수익성 지표도 자연스레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SC제일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 및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각각 0.41% 및 7.19%로 전년 동기에 비해 0.10%포인트 및 1.8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씨티은행의 3분기 ROA는 지난해보다 0.38%포인트 하락한 0.16%를 기록했다. ROE 역시 지난해 3분기 4.51%에서 1.28%로 급락했다.
양대 외국계은행의 실적 희비는 소비자금융 부문에서 갈렸다. 역대급 가계대출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3분기 국내 대부분 은행의 이자이익이 큰 폭 성장한 가운데 SC제일은행의 3분기 기준 가계자금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7.84% 증가한 34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올해 3분기까지 이자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89% 증가한 7428억원을 거둬들였다.
같은 기간 씨티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작년 말보다 0.8% 줄어든 1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은행이 지난 2017년 영업점의 80% 가량을 없애는 대규모 폐쇄 조치에 나서 현재 전국에 39개 점포만 남아있는 가운데 올 초부터 소비자금융 폐지에 나서면서 영업력 위축이 본격화된 것이다. 신용카드 부문(1조7000억원)도 작년 말보다 7.46% 감소해 올해 3분기까지 이자이익(6067억원)은 전년 대비 9.8% 줄었다.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격차는 확대됐다. 씨티그룹은 수익 개선을 위해 한국시장 내 소비자금융을 폐지하는 대신 기업금융 부문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번 3분기 씨티은행의 기업금융 순익(1071억원)조차도 1년 전보다 31.28%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SC제일은행의 기업금융 3분기 실적(2410억원)은 48%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편 SC제일은행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향후 WM(자산관리)서비스를 통한 소매금융 및 기업금융 강화를 위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디스는 최근 SC제일은행의 독자 신용도를 상향조정(baa2→baa1)하며 "글로벌 SC그룹 전략에서 한국 SC제일은행의 중요성을 고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대로 씨티은행은 내년까지 역대급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조 단위로 예정돼 있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높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올해 부진한 실적의 배경으로 저금리 환경에 따른 순이자이익 감소, 대출채권 매각이익과 국공채 매각이익 감소, 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등의 비용을 들고 있지만 경쟁력 측면에서 자신감을 내비치며 사업을 존속하기로 한 기업금융에서조차 실적이 감소한 것은 다소 뼈아픈 점"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