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업들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감시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정유회사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정유회사들이 휘발유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불공정한 거래를 하고 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리나 칸 FTC 의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석유·가스 회사의 반소비자적인 행태에 대한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지난 10월 기준 비정제유 가격이 5% 이상 하락했음에도 휘발유 가격은 약 3% 올랐다는 점을 언급했다.
서한을 통해 대통령은 "비정제유와 휘발유의 평균 가격 사이의 설명할 수 없는 가격 차이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에 비해 훨씬 크다"라며 "미국의 주요 정유업체들이 이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린지 크라이작 FTC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조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WSJ는 외부 분석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FTC가 바이든의 주장을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독립 리서치 업체인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는 지난 10년간 소매 휘발유 가격이 비정제유 가격과 비슷하게 움직였지만, 때로는 반대로 움직이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업체는 소매 휘발유 가격이 올랐음에도 비정제유 가격은 내린 사례가 지난 10년간 13건 이상 있었다고 밝혔다.
업체는 "이러한 사례들은 이번 FTC 조사 역시 시장을 조작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밖의 다른 국가들에게도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기를 요청하고 있다. 17일 로이터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최근 몇 주간 바이든 대통령들과 고위 보좌관들이 한국, 일본, 인도 등 동맹국들과 중국에게 비축유 방출과 관련된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독일 등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회원국들은 석유 순수입 90일분에 해당하는 전략비축유(SPR)를 보유해야 한다. 현재 미국은 약 7억2700만 배럴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대통령이 결정을 내린 뒤 최소 13일 후부터 SPR은 바로 시장에 투입될 수 있다.
SPR 방출 관련 토론에 참여한 미국 소식통은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면 미국의 경우 2000만~3000만 배럴 이상의 비축유를 투입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국제 시장에 판매하거나 빌려주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미국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2% 상승했다고 밝혔다. 1990년 이래 최대 상승폭이다. 5개월 연속으로 물가 상승률이 5%대를 넘기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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