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연합뉴스는 성기홍 사장 명의로 전 직원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연합뉴스가 탈네이버·탈포털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면 포털의 굴레에 갇혀서 '제2·3의 포털 퇴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며 "긴 싸움으로 수입의 손실이 있을 수 있지만, 탈포털 미래 전략을 위한 새 변화와 도약을 위한 투자를 결코 축소하지 않을 것이며 관련 예산 투입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네이버·탈포털을 위해 성 사장은 연합뉴스 내에 미래전략기획위원회를 출범해 탈포털 로드맵을 만들고, 위원회에 다플랫폼 다채널TF를 설치하고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뉴스 유통망을 과점하는 플랫폼 대기업이 뉴스 콘텐츠 생산자를 자의적 기준에 따라 공론의 장에서 퇴출하며 언론사의 생사여탈권을 갖는 것이 문제다. 앞으로 연합뉴스는 네이버라는 포털에 안주하지 않고 뉴스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경로의 채널과 플랫폼을 구축하고 연대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연합뉴스가 뉴스로 위장한 광고를 포털에 송출한 것으로 인해 포털과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32일간 포털 노출 중단을 의결한 데 이어 재심의에서 80점 미만을 받아 콘텐츠 제휴 매체(CP)에서 뉴스스탠드·검색 제휴 매체로 강등된 것에 따른 항의성 조치다.
연합뉴스는 양대 포털에서 퇴출된 것이 아니라 검색 매체로 강등된 만큼 18일 오후 4시 이후에는 양대 포털에서 자사 뉴스가 검색이 가능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다만 이날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4시간 넘게 네이버와 다음에 연합뉴스 명의로 송출된 뉴스는 하나도 없었다. 기술적 문제인지 항의성 조치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성 사장은 "지난 9월 15일 사장으로 취임하고 기존 체제에서 벌어졌던 일탈에 대해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공적 책무를 망각한 잘못임을 인정하고, 해당 부서 폐지와 관련 서비스 중단, 수익 환원 조치 등을 해왔음에도 제평위의 포털 퇴출 결정과 이에 따른 포털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강행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연합뉴스의 자정과 혁신 노력을 외면하고 연합뉴스를 공론의 장에서 내쫓는 조치는 부당하다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포털의 결정은 제평위가 임의로 만든 내부 기준에 따른 이중 제재인 만큼 헌법이 규정한 비례와 과잉금지 원칙에 명백히 어긋나는 과도한 처사다. 이에 계약해지 조치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정하고 양대 포털의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지난 15일 법원에 냈다. 연합뉴스 권리 구제를 위한 법적 조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 사장에 따르면 연합뉴스는 매년 93만건의 기사 콘텐츠를 생산해서 공급하고 있다. 또, 연합뉴스 보건복지팀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 2년 동안 매일 신속한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보도한 공로로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수여하는 '2021 과학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의 올해 조사에서 연합뉴스가 기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로 꼽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합뉴스가 행한 일탈(기사로 위장한 광고 송출)이 그동안 연합뉴스가 독자들에게 전달한 콘텐츠의 가치를 가릴 만큼 큰 과오냐는 것이 성 사장과 연합뉴스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일각에선 연합뉴스의 퇴출로 포털의 뉴스 저질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연합뉴스는 포털에서 중앙일보·조선일보에 이어 3번째로 높은 트래픽을 기록했다. 포털 트래픽 10위 내 매체 중에 트래픽용 기사를 생산하지 않는 곳은 연합뉴스가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합뉴스가 CP에서 제외됨으로써 언론사의 이른바 '뉴미디어' 부서에서 생산하는 트래픽 위주의 저질 기사가 포털에서 한층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연합뉴스의 탈네이버·탈포털 행보를 두고 자사가 불이익을 받게 되자 사이비 언론을 포털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연합뉴스는 제평위가 CP 퇴출 및 강등을 본격적으로 결의한 2016년 시론을 통해 포털 제휴 심사를 강화해 광고성 기사를 남발하는 사이비 매체를 과감히 퇴출해야 한다고 제평위와 양대 포털의 손을 들어 준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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