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의 청구 간소화 논의가 또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실손보험은 38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청구 간소화 논의가 12년 넘게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정작 보험소비자들은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복잡한 보험금 청구 절차에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실손보험 간소화 논의 결국 다음 해로
24일 국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2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앞서 정무위는 지난 17일 개최한 제391회 국회 정기회 제2차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자 23일로 논의 일정을 미뤘고, 이날에도 논의하지 못했다. 올해 정기국회는 내달 9일 종료되는 만큼, 사실상 올해 안에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게 됐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지난 2009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를 권고했지만, 13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소비자 단체들은 지난 15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의 법안 상정 및 심의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소비자와함께,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의 소비자단체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의 법안상정 및 심의를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조속한 법안상정과 심의 통과를 촉구했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법적 기반마련을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2건)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2020년 7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2020년 7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2020년 10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2021년 4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2021년 5월 ) 등 총 5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금 청구를 위한 종이서류를 전자서류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관련 자료를 의료 기관에 요청하면, 의료 기관이 자료를 전산망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나 제3의 기관을 거쳐 보험사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환자가 의료기관이나 보험사를 방문하지 않고도 서류를 제출할 수 있으며, 자동으로 보험금 청구와 지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기관도 불필요한 서류 발급을 위한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간소화가 실시될 경우 매년 수억장의 종이서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지체되면서, 보험사들은 자체적으로 인슈어테크를 활용한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대상 보험사는 삼성화재·KB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흥국화재·DB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현대해상·삼성생명·NH생명·우체국보험 등 12개사다. 하나원큐 이용 고객 중 해당 보험사의 실손보험 및 치아보험 가입자들이 별도의 보험사 홈페이지나 앱 접속 없이 ‘하나원큐’ 앱에서 쉽고 빠르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이 서비스는 부산대학교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 제휴 병원을 이용한 경우 진료데이터가 연동돼 별도의 증빙 서류 없이 청구가 가능하다. 비 제휴 병원도 증빙서류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간단히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어 사용자의 편리함을 높였다.
인슈어테크 기업인 보맵 역시 최근 간편청구 시스템을 개편하고 서류가 없어도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 서비스는 의료정보 전송 플랫폼 지앤넷과 제휴로 간소화된 보맵 '간편청구 서비스'는 기존에 증빙서류를 사진으로 전송하는 방식에 서류 없는 빠른 청구기능을 탑재했다. 서류 없이 청구가 가능한 병원 중 50% 이상이 일상적으로 찾는 동네병원인 1차 병·의원으로 소액 진료비 청구 접근성도 높였다. 또 제휴 병원이 아니어도 △보험사별 최적의 전송방식 △사고 유형별 필요한 서류 △챗봇 상담지원으로 청구 절차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보험사들도 자체적인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생명은 메디블록과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레몬헬스케어와 제휴를 맺고 관련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27개 병원에서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할 수 있다.
◇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지연에 소비자만 불편
의료계의 반발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가 지연되면서 보험가입자의 불편은 지속되고 있다.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소비자단체가 20세 이상 최근 2년간 실손보험에 가입한 10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복잡한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로 인해 실손보험 가입자 2명 중 1명은 보험금 청구를 아예 포기했다.
이는 소비자와함께,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 소비자단체들이 합동으로 올해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실손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전체 응답의 47.2%를 차지했다. 2명 중 1명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포기한 셈이다. 이렇게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는 2015년 3월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 소액청구건이 95.2%였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이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47.5%가 실손보험 청구를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로 △금액이 너무 적어서 73.3%(복수 응답) △병원 방문이 귀찮고 시간이 없어서 44.0% △증빙서류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 30.7% 순이었다.
실제 병원에 방문하면 실손보험금 청구 자료는 소비자가 직접 챙겨야 한다. 카드 결제 등 결제에 관한 영수증은 주지만, 진료내역과 관련된 진단서 등은 요청해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병명과 보험에 따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떤 종류의 서류가 필요한지 확인하는 절차도 모두 소비자 몫이다.
이런 행태는 실손보험금 청구가 더 많이 발생하고 모바일이나 인터넷 환경에 취약한 고연령층에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졌다.
보험금 청구를 위한 진단서 등 서류를 발급하고 이를 다시 보험사 영업점에 접수하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 등을 타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시간과 비용도 발생해서다. 건당 보험금이 크다면 이런 수고를 감수하겠지만 실손보험금 청구는 대부분 건당 30만원 이하 청구가 많다. 때문에 고연령층은 자녀가 대신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많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환자가 진료 정보를 보험사에 제출하고, 전산화를 한다고 진료정보의 내용이 달라질 게 없는 상황에서도 의료계가 반대하는 것은 비급여 때문으로 보인다"며 "비급여 통제는 곧 의료기관의 수익에 직결되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청구 간소화가 지체되는 만큼, 보험소비자의 불편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정작 보험소비자들은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복잡한 보험금 청구 절차에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실손보험 간소화 논의 결국 다음 해로
24일 국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2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앞서 정무위는 지난 17일 개최한 제391회 국회 정기회 제2차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자 23일로 논의 일정을 미뤘고, 이날에도 논의하지 못했다. 올해 정기국회는 내달 9일 종료되는 만큼, 사실상 올해 안에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게 됐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지난 2009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를 권고했지만, 13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소비자 단체들은 지난 15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의 법안 상정 및 심의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소비자와함께,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의 소비자단체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의 법안상정 및 심의를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조속한 법안상정과 심의 통과를 촉구했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법적 기반마련을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2건)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2020년 7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2020년 7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2020년 10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2021년 4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2021년 5월 ) 등 총 5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금 청구를 위한 종이서류를 전자서류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관련 자료를 의료 기관에 요청하면, 의료 기관이 자료를 전산망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나 제3의 기관을 거쳐 보험사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환자가 의료기관이나 보험사를 방문하지 않고도 서류를 제출할 수 있으며, 자동으로 보험금 청구와 지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기관도 불필요한 서류 발급을 위한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간소화가 실시될 경우 매년 수억장의 종이서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지체되면서, 보험사들은 자체적으로 인슈어테크를 활용한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대상 보험사는 삼성화재·KB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흥국화재·DB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현대해상·삼성생명·NH생명·우체국보험 등 12개사다. 하나원큐 이용 고객 중 해당 보험사의 실손보험 및 치아보험 가입자들이 별도의 보험사 홈페이지나 앱 접속 없이 ‘하나원큐’ 앱에서 쉽고 빠르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이 서비스는 부산대학교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 제휴 병원을 이용한 경우 진료데이터가 연동돼 별도의 증빙 서류 없이 청구가 가능하다. 비 제휴 병원도 증빙서류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간단히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어 사용자의 편리함을 높였다.
인슈어테크 기업인 보맵 역시 최근 간편청구 시스템을 개편하고 서류가 없어도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 서비스는 의료정보 전송 플랫폼 지앤넷과 제휴로 간소화된 보맵 '간편청구 서비스'는 기존에 증빙서류를 사진으로 전송하는 방식에 서류 없는 빠른 청구기능을 탑재했다. 서류 없이 청구가 가능한 병원 중 50% 이상이 일상적으로 찾는 동네병원인 1차 병·의원으로 소액 진료비 청구 접근성도 높였다. 또 제휴 병원이 아니어도 △보험사별 최적의 전송방식 △사고 유형별 필요한 서류 △챗봇 상담지원으로 청구 절차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보험사들도 자체적인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생명은 메디블록과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레몬헬스케어와 제휴를 맺고 관련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27개 병원에서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할 수 있다.
◇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지연에 소비자만 불편
의료계의 반발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가 지연되면서 보험가입자의 불편은 지속되고 있다.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소비자단체가 20세 이상 최근 2년간 실손보험에 가입한 10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복잡한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로 인해 실손보험 가입자 2명 중 1명은 보험금 청구를 아예 포기했다.
이는 소비자와함께,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 소비자단체들이 합동으로 올해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실손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전체 응답의 47.2%를 차지했다. 2명 중 1명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포기한 셈이다. 이렇게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는 2015년 3월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 소액청구건이 95.2%였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이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47.5%가 실손보험 청구를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로 △금액이 너무 적어서 73.3%(복수 응답) △병원 방문이 귀찮고 시간이 없어서 44.0% △증빙서류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 30.7% 순이었다.
실제 병원에 방문하면 실손보험금 청구 자료는 소비자가 직접 챙겨야 한다. 카드 결제 등 결제에 관한 영수증은 주지만, 진료내역과 관련된 진단서 등은 요청해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병명과 보험에 따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떤 종류의 서류가 필요한지 확인하는 절차도 모두 소비자 몫이다.
이런 행태는 실손보험금 청구가 더 많이 발생하고 모바일이나 인터넷 환경에 취약한 고연령층에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졌다.
보험금 청구를 위한 진단서 등 서류를 발급하고 이를 다시 보험사 영업점에 접수하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 등을 타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시간과 비용도 발생해서다. 건당 보험금이 크다면 이런 수고를 감수하겠지만 실손보험금 청구는 대부분 건당 30만원 이하 청구가 많다. 때문에 고연령층은 자녀가 대신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많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환자가 진료 정보를 보험사에 제출하고, 전산화를 한다고 진료정보의 내용이 달라질 게 없는 상황에서도 의료계가 반대하는 것은 비급여 때문으로 보인다"며 "비급여 통제는 곧 의료기관의 수익에 직결되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청구 간소화가 지체되는 만큼, 보험소비자의 불편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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