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공항과 묘도 사이에 위치한 여수국가산업단지. 산단 입주기업 295개사 중 절반 이상인 218개사가 석유화학과 기계업종이다.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국가산업단지라는 상징성이 있으나, 도심과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혁신지원기관이나 시설이 부족하다. 한 석유화학 가공업체 A사장은 “수도권과 비교해 입주기업을 위한 교육시설, 전시관 같은 홍보시설, 근로자 편의시설은 물론 각종 지원기관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기업활동을 영위하는 데 상대적으로 애로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편의시설의 부재는 청년층의 산단 입주기업 유입을 막는 요인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이런 불편함이 있었던 여수국가산단이 ‘산업단지 혁신지원센터 구축사업’으로 청년을 위한 산단으로 탈바꿈을 시작했다. 그 중심엔 2019년 준공돼 지금까지 활발히 운영 중인 ‘여수 혁신지원센터’가 있다. 지상 6층으로 건립된 센터에는 지금까지 여수국가산단에 부재했던 교육‧홍보‧편의시설 등이 집합해 있다. 한 입주기업 임원은 “여수국가산단 입주업체들의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만족감과 기대를 드러냈다.
#조성된 지 30년이 훌쩍 넘은 대구 성서일반산업단지는 최근 ‘아름다운 거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산단에 입주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의 한 근로자는 “매일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풍경이 삭막했는데, 아름다운 거리가 조성되면서 낙후된 공장밀집지역이라는 산단의 부정적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근로자의 안전하고 쾌적한 출퇴근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노후 산단 환경을 개선하고 혁신역량을 강화해 산단을 한국판 뉴딜 정책의 성공 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단환경조성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50년간 산단은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견인해왔다. 전체 제조업 생산의 64%, 수출 66%, 고용 49%를 산단이 차지하며 국가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 중이다. 지난해 4분기 전국 1238개 산단이 지정됐다. 입주기업 10만6000개사, 근로자 220만3000명, 생산 947조원, 수출 3324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산업단지 노후화 증가에 따라 기반시설과 입주기업 근로자의 근로환경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일반산단 5곳 중 1곳 이상(21.9%)은 조성된 지 20년이 넘었다. 이러한 노후산단이 차지하는 생산액은 전체 산단의 82.6%, 입주기업 수는 80.4%다.
산단이 우리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노후화되고 삭막한 산업단지 환경과 이미지로 인해 청년층의 산업단지 내 취업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기업과 구직자간 인력 미스매치가 발생했다. ‘산업단지 일자리실태와 정책적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이 산단 취업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적 요인(편의시설 부족, 환경오염, 부정적 시각 등)이 31.5%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도로 주차난, 불법 광고물 부착, 보행기피 현상으로 야간 우범지역화, 일반 시민 접근성 저하 등의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산업부와 산단공은 성장한계를 극복하고 산업단지를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산업단지환경조성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휴폐업공장 리모델링 △복합문화센터 건립 △혁신지원센터 구축 △아름다운거리 조성 등 4대 핵심사업으로 구성됐다.
◆문화센터 들어서고 예뻐진 거리…‘산단이 다시 젊어진다’
먼저 노후산단과 도시 사이의 환경적 이질감 극복을 통해 산업단지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산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아름다운 거리’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산단 특화 디자인을 개발하고, 근로자 쉼터와 녹지가 조성됐다. 교통시설개선 등 복합기능 구현을 통해 근로자 편의가 극대화됐다. 이미 창원국가‧인천남동‧춘천후평‧광주첨단 등 11개 국가‧일반 산업단지가 산업단지형 특화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산단공 관계자는 “각 산단의 정체성 확립과 가시적 효과를 볼 수 있는 거리를 지정해 산단별 특화 디자인이 적용된 활력있고 아름다운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며 “동시에 근로자 쉼터 조성과 교통시설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생산시설 중심으로 배치‧관리된 산단에 근로자들의 문화생활을 돕고 편의를 높여주는 복합문화센터도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시설 부족으로 산단에 청년‧기술인력이 취업을 기피하고, 중소기업에 우수인력이 유입되지 않아 노후 산단의 경쟁력 약화가 가속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전일반‧대구제3일반‧군산국가‧춘천후평일반‧창원국가‧인천검단일반산단 등 22개 산단에서 근로자 친화공간 구축을 위해 정주시설 확대와 문화‧복지 등 편의시설 집중적으로 추진 중이다. 복합문화센터는 문화, 주거, 복지, 편의기능 중 2개 이상의 기능을 단일(복합) 건물에 집적해 설치한 시설이다.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기계부품 제조업체에 다니는 30대 청년 B대리는 “창원대로 남쪽으로는 대부분 산업단지에 속해 있어 문화‧편의시설이 부족해 청년들이 여가를 즐길 거리가 부족했다”며 “산단 내 카페를 비롯한 문화‧편의시설이 생긴다면 워라벨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산단 혁신 돕는 지원센터 짓고 휴‧폐업공장 리모델링 “혁신 강화 지원 더욱 힘쓸 것”
이와 함께 산단공은 노후산단이 국가‧지역경제의 지속적인 핵심기능을 수행하고, 청년층과 입주기업에게 매력적인 창의‧혁신 공간이 되도록 혁신지원센터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양산일반‧신평장림‧진주상평‧명지녹산국가‧성남일반산단 등 12개 산단이 혁신지원센터를 구축 중이다. 이미 5개 산단은 기계산업지원센터, ICT산업육성센터, 조선해양지원센터, 화학산업지원센터, 자동차부품지원센터 등이 준공됐다.
또 산단 내 휴‧폐업공장을 기업수요에 맞게 리모델링해 공급함으로써 창업‧중소기업을 유치하고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있다. 창업‧중소기업에게 저렴하게 임대공간을 제공해 신성장산업을 육성하고 산업단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김정환 산단공 이사장은 “제조업 생산‧수출‧고용의 최대 거점이며 10만여 기업이 집적된 산업단지는 한국판 뉴딜 성공을 위한 거점이자 경기회복의 요지”라며 “산단환경조성사업을 통해 노후 산단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기업지원시설을 확충해 입주기업의 혁신역량 강화와 지역산업 진흥을 위한 지원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