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윤창호법은 지난 2018년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故 윤창호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법으로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우 가중처벌하는 조항을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윤창호법)에 대해 전주지법 군산지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의견 7(위헌)대 2(합헌)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위반 행위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따지지 않고 단순히 횟수만으로 엄벌하는 것은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을 위한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과거 해당 규정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미 처벌받은 부분에 대한 형사 보상 청구도 가능하다.
지난 2019년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윤창호법 조항이 과잉처벌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은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운전자에 대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기간을 정하지 않고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첫 적발 이후 10년 이상이 지나 다시 음주운전을 했던 사람 입장에서는 과도한 처벌"일 수 있고 “과거 범죄를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재범을 가중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 위헌결정 이유다.
10년 동안 2차례 적발된 경우와 1년 동안 2차례 적발된 경우를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할 수도 있고 과잉처벌의 우려도 있다는 취지다. 실제 우리 법체계는 가중처벌 조항을 둘 경우 최초 범행 이후 일정 기간 내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만 가중처벌을 하고 있다.
이어 헌재는 “재범을 예방하는 조치로서 형벌을 강화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만 한다”며 “형벌을 강화하면 일시적으로 범죄에 대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결국 중벌에 대한 면역성이 생기고 무감각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위반의 경중을 따져보지 않고 모두 똑같이 가중처벌하는 것은 형벌과 책임 사이의 비례성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라도 과거 위반 전력,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운전 차량의 종류에 따라 죄질이 다르다"며 "심판대상 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2년, 벌금 1000만원으로 정해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행위까지 지나치게 엄히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선애, 문형배 두 헌법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밝혔다. 두 재판관은 “이 법 조항은 증가하는 음주운전 사고를 고려해 재범을 엄히 처벌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려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라 입법된 것”이라며 음주운전 재범의 가중처벌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봤다. 또 법관이 자체적으로 벌금형도 선고할 수 있는 만큼 비례 원칙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법정의견과 다른 견해를 밝혔다.
한편 헌재의 위헌결정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음주운전을 엄하게 처벌하자는 국민 정서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은 “헌재의 이번 결정문을 분석해 위헌 소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현행 규정의 미비점을 보완해 음주운전 재범에 대한 처벌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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