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전 세계를 재난 상황에 빠뜨렸다.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의료체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우수성은 빛을 발했다.
코로나 검사비와 치료비를 100%지원(건강보험80%, 국가20%지원)해 국민들은 경제적 부담 없이 병원에 갈 수 있었고, 의료기관에는 선제적으로 급여비를 선지급해 위기에 빠진 의료체계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번 코로나19 경험에서 건강보험은 의료 사각지대를 줄여 국민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코로나19 재확산 및 신종 감염병 발생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의료체계 유지와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통한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 필요성은 더 확대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재정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재정이 튼튼해야 위기상황 발생 시 국민의 큰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예상보다도 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나 경기 침체 같은 변수들을 감안할 때 보험료 부과 기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료 재정안정화를 위해 보험료 인상보다는 나라 곳간을 여는 방안이 더 합리적인 해결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한 이해 당사자들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가장 먼저 정부의 '국고지원 정상화'가 필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건강보험료의 노사정 3자부담이 아닌 노사 양자부담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의 재정안정화를 위해서는 보험운영에 대한 정부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다. 국고지원이 정상화되면 피보험자의 건강보험료 인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국고지원 20% 이행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국민의 요구이자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의 공공적 책무라 할 것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국고 14%, 건강증진기금 6%)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해야한다. 그러나 ‘보험료 예상수입액’, ‘상당하는 금액’ 등의 불명확한 조문 때문에 최근 14년 간(2007~2020년) 국고지원금 총액은 법으로 정한 20%에 한참 못 미치는 연평균 14~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 제도를 택한 일본, 프랑스의 정부지원금은 각각 보험료 총 수입의 28.7%(’18년), 63.3%(’19년)를 차지하고, 대만은 보험료 수입의 22.1%(’19년)를 지원하여 우리나라(’21년 14.3%)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2017년 8월에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취약계층의 의료비는 대폭 낮추는 보장성 강화로 의료비 부담은 낮추고 보장률은 높여가고 있다.
MRI·초음파 및 상급병실 급여화, 선택진료비 폐지 등으로 중증환자 의료비 부담이 25~50% 수준으로 경감되었고, 노인·아동 등 의료취약계층의 본인부담률 인하로 환자 본인부담 의료비가 약 8000억 원이 경감되는 등 보장성 강화 대책 시행 2년 동안 국민 3600만 명에게 2조 2000억 원의 의료 혜택이 돌아갔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건강보험이 팬데믹 상황과 같은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잘 뻗어 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법에 명시된 명확한 건강보험료 국고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고지원 정상화로 뿌리깊은 나무와 같이 튼튼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더욱 우뚝 서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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