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가 최근 단 하루 동안 시민 1540명의 책을 출간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단일 지방자치단체 거주 시민 최다 동시 출판’ 분야다.
올해 도서관 정책 목표를 ‘전 시민 책 쓰기 문화 조성’으로 정하고 시민들이 책을 내는 것을 돕고 책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한 성과다.
순천시는 내친 김에 내년 상반기에 미국 WRC(World Record Committee, 세계기록위원회)의 세계 기록에 도전하고 2023년에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에도 가입할 참이다.
순천시 도서관의 책 쓰기 사업은 2017년 그림책도서관에서 ‘시민 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순천 소녀시대’가 탄생했다.
늦깎이 공부를 한 할머니 20명으로 구성된 ‘순천 소녀시대’는 2019년 에세이집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를 펴냈다.
가난 때문에, 혹은 여자라는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한 할머니들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전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반향을 일으켜 현재 1만 9,000권 이상이 팔렸다. 스테디셀러가 됐다.
순천시는 2019년부터 1인 1책 쓰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린이부터 시작해 청소년, 성인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책 쓰기 프로그램과 책 출판 지원 사업을 벌이며 시민 작가들을 양성했다.
지난해에는 시민과 직원에게 출판 비용 일부를 지원했다.
또 시립도서관 6곳, 작은도서관 7곳, 지역서점 5곳, 초중고등학교 17곳에서 책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마침내 지난 11일 시민 1540명이 인쇄본 911종, 전자책 252종 총 1163종의 책을 동시 펴냈다.
최연소 시민 작가의 나이는 5세, 최고령은 87세였다.
이 같은 일은 우연이 아니다.
순천에서는 일찍이 1500년부터 지식층과 유배객들에 의해 시문학이 발달했다.
조선 명종(1534∼1567)때 순천사림을 대표하는 ‘승평4은’(昇平四隱)과 효종(1619∼1659)때 순천출신 문인들인 ‘승평팔문장(昇平八文章)’이 있다.
‘강남악부’를 쓴 조현범(1716∼1790)도 있다. ‘강남악부’는 순천 지역 인물과 역사, 문화, 전설과 설화를 악부시의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어서 지역 역사 자료로 가치가 크다.
이 뿐인가. 근현대문학의 출발을 알린 임학수(1911∼1982)와 어른 동화시장을 개척한 정채봉(1946∼2001), 소설 ‘무진기행’의 김승옥, 1,000만 스테디셀러 작가 조정래, 리얼리즘의 대가 서정인 소설가와 허형만 시인, 서정춘 시인이 있다.
순천은 인구에 비해 도서관이 많다.
제1호 ‘기적의 도서관’을 비롯해 공공도서관 8곳과 작은도서관이 91곳이 있다. 현재 짓고 있는 공공도서관도 2곳이다.
시민 1인당 장서 수는 4.1권이다. 도서관 이용자는 연간 90만여명이다.
도서관 프로그램 이용자는 연간 9만5천명에 이른다.
이러한 문학적 기반과 역량이 시민의 삶 속에서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순천의 도서관은 시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보존하고 있다.
순천시립삼산도서관에는 ‘순천사람들이 쓰고 함께 읽는 책’ 서가를 운영하고 있다. 순천에 살고 있는 사람, 순천이 고향인 사람들이 출판한 책을 모아든 공간이다.
현재 520명이 쓴 1400 가지의 책이 비치돼 있다.
내년에 준공되는 신대도서관에는 별도의 인물자료실을 만들어 자료를 보관할 계획이다.
순천시는 유네스코가 정하는 ‘창의도시’에 도전할 방침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2004년부터 시작된 문화 다양성을 위한 국제연대 사업으로 현재 문학 분야는 세계 27개국 39개 도시가 가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천시와 원주시가 가입했다.
순천시는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에 들어가 지역 문학과 전통을 세계에 알리고 문학공동체를 육성할 방침이다.
또 문학관광을 발전시키고 문학을 대중화할 생각이다.
허석 순천시장은 “책을 쓰는 시민작가를 많이 배출해 순천시민이 쓴 책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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