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공포감이 팽배했던 주말이 지나고 첫 거래가 이뤄진 월요일 국내 금융시장은 비교적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2900선이 붕괴되기도 했지만 블랙먼데이와는 다소 거리가 먼 약세장을 나타냈고, 오히려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수에 나서는 등 폭락에 대한 공포심리를 투자 기회로 엿보는 모습을 연출했다. 전문가들은 1차 코로나19 쇼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폭락장을 나타낸 이후 델타변이 확산에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온 만큼 이번 오미크론 변이에는 내성이 생긴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스피 외국인‧기관 순매수…공포지수도 20포인트대 안정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증시는 개인이 패닉 셀에 나선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수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12포인트(-0.92%) 하락한 2909.32로 장을 마쳤다. 개인이 7557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46억원, 7148억원을 순매수 했다. 기관이 7000억원 이상 사들인 건 지난 11월 2일 이후 거의 한 달여 만이다.
코스닥 시장은 개인들의 순매도가 유입되며 천스닥도 깨졌다. 역시 개인들의 이탈이 원인이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55포인트(-1.35%) 밀린 992.34로 마감했다. 개인은 3164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175억원, 811억원을 순매수 했다.
공포지수로 알려진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도 전 거래일 대비 3.16포인트(17.52%) 오른 21.20으로 마감했다. 지난 26일에도 11.63%가 상승하며 공포심리 또한 상승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플레 우려 등으로 주가가 급락한 지난 10월 6일(21.84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가가 폭락한 지난해 3월 19일(69.24포인트) 대비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환율도 안정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2원 오른 1195.5원에 장을 시작했다. 장중 한 때 1196.10원까지 급등하며 1200원선을 테스트하기도 했지만 환율은 안정세를 되찾으며 전 거래일 대비 0.3원 하락한 1193원으로 마감했다. 채권시장도 큰 동요가 없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7bp 하락한 1835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7bp 오른 2270을 기록했다.
변이 이슈는 제한적… 하락보단 상승 주목
외국계와 기관들은 시장이 불안할 때 1순위로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부터 자금을 뺀다. 국내 시장에서 매수에 나선 것은 곧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심각성이 크지 않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마감시각 기준 미국 시장에서는 미니 S&P500과 미니 나스닥이 상승하고 있다. 그만큼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모더나 등 글로벌 백신 제조사들이 이미 패스트트택(fast-track)에 돌입한 데다 화이자 치료제가 유효할 가능성이 있어 변종 자체는 큰 리스크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경제재개 지연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위험 때문에 연준이 긴축을 예정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번 조정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R)로 보면 10배 수준으로 극심한 저평가 상태다. 오히려 추가 하락보다는 상승 쪽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거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반도체 이익 추정치 하향 속도가 완만해지고 반등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 증시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이런 때일수록 2022년에 확실히 좋아질 업종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에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도 적어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국제금융시장 동향 및 주요 이슈'에 따르면,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긴축 정책 스케줄과 관련해 오미크론 관련 상황 전개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연준은 역대급 인플레이션으로 긴축 태세를 본격화하고 있는데 격한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는 새 변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로 경제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무작정 돈줄을 조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괜히 서둘렀다가 급하게 유턴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고(高)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정상화를 더 늦추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은 역시 마찬가지다. 아울러 코로나 변이종의 출현은 이미 예상했던 변수인 만큼 백신 개발을 비롯한 대응 체제가 갖춰져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들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다.
박성우 DB증권 연구원은 “연준 입장에서도 현재의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해 긴축 속도를 유의미하게 늦추며 부양적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면서 "연준의 경우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가속하지 않는 정도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한 후 상황을 지켜보는 결정을 내릴 개연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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