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야기된 금융지원 및 과잉유동성을 속도감있게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칫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금융지원에 따른 좀비기업 양산은 물론, 국내 중장기 성장률과 실물경제 역시 저해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30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개최한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 조망과 한국경제에의 시사점' 국제 컨퍼런스에서 첫번째 세션 발표자로 나선 톤스텐 벡(Thorsten Beck) 유럽대학원(European University Institute) 교수와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는 국내 금융부문의 당면과제로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부실기업 증가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처리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직접 발표에 나선 벡 교수는 "과거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 위기는 금융시장에서의 불균형이 아닌 공공보건의 충격이었다"며 "팬데믹을 통해 수급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뿐 아니라 경제 봉쇄로 상당한 영향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금융부문은 금융지원 등 실물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현재의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금융 정상화를 논의할 시점이라는 것이 벡 교수의 주장이다. 벡 교수는 "(금융정상화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좀비대출이나 중장기적인 성장률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여러 지원책이나 구제책과 관련해 손실에 대한 분류와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얼마나 빠르게 회수할 수 있는지 살피지 않으면 더 장기화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유럽도 해당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은행들의 구제정책이 원상복구되고 자본완충을 구축할 경우 대출이 어려워져 기업 차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또 은행들로 하여금 (금융정상화에 따른) 부실자산(NPA)을 인식하도록 할 경우 그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라고 언급했다.
벡 교수는 "구조조정 방식은 은행 내부 및 배드뱅크 등 여러 선택지가 있겠지만 이것들은 모두 정책적 결정 사항"이라며 "모든 것이 상호 연결돼 있는 만큼 잘 조율돼야 무리없이 회수하고 절벽효과를 방지할 수 있다"며 정책 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벡 교수는 금융부문의 또다른 당면과제로 탄소중립과 빅테크·쉐도우뱅킹(그림자금융) 등 디지털금융에 따른 사업 재편, 탈중앙화 금융 등을 꼽기도 했다. 특히 그는 새로운 금융주체이자 시장지배적 비은행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플랫폼의 부상이 금융리스크 확산에 따른 '대마불사(大馬不死)'가 될 수 있는 만큼 그에 따른 규제기관 구축 가능성을 함께 언급했다.
아울러 블록체인 기반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가상화폐)에 대해서는 "많이 성장하고 발전했지만 변동성과 투기성이 짙고 기존 금융을 대체할 만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견지했다. 벡 교수는 이와 관련해 "비효율적 거래수단인 데다 채굴 시 많은 에너지비용이 소요되는 등 환경적으로도 많은 폐단이 있어 크립토 파이낸싱이 어떤 사회적 관점에서 밸류(가치)를 추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일부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나 리테일화폐의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는 디지털화폐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기존 은행 시스템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그에 따른 금융기관 역할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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