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쏘아올린 위성, 우주 무법자 될까...ESA 사무총장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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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1-12-0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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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이끄는 미국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X)를 이용해 우주 질서를 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5일(이하 현지시간) 조세프 아쉬바허 유럽우주국(ESA) 사무총장은 유럽의 지도자들이 통일된 행동을 통해 스페이스엑스의 위성 인터넷 프로젝트인 '스타링크'를 통해 우주 경제를 좌지우지하려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엑스 CEO의 야망을 막아야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를 통해 주장했다. 

아쉬바허 ESA 사무총장은 스타링크 프로젝트의 규모가 이미 지나치게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규제 기관이나 경쟁자들이 이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미 세계에 있는 위성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한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사실상 (머스크 스페이스엑스 CEO가) 규칙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쉬바허 사무총장은 또한 "유럽을 포함해 세계의 다른 국가들은 충분히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머스크 CEO의 스타링크 프로젝트로 "우주의 공간이 훨씬 제한될 것"이라며 "유럽은 유럽 기업들이 공정한 시장에서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프란즈 파이요 룩셈부르크 경제부 장관 역시 아쉬바허 ESA 사무총장이 제기한 규제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그는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신(新)우주 콘퍼런스'에서 "인공위성을 하늘로 쏘아올리는 일론 머스크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라며 "우리는 공통 규칙을 설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파이요 장관은 "규제가 전혀 없는 공간에서 이러한 일이 이뤄지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월 2일 머스크 CEO의 스페이스엑스는 자사의 팰컨9 로켓을 이용해 48기의 스타링크 위성을 추가적으로 우주로 쏘아올렸다. 위성 영상 서비스업체의 위성 2기도 함께 쏘아올리며 올해 27번째로 팰컨9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CBS에 따르면 스페이스엑스는 현재까지 1892기의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했으며, 이 중 1684기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스크 CEO는 올해 초 스타링크를 확대하기 위해 스페이스엑스가 최대 300억 달러를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지상에서 최대 2000km 범위 내인 지구 저궤도에 위성을 쏘아올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인 스타링크는 이미 각국에서 승인을 받고 있다. 머스크 CEO는 이미 미국 규제 기관을 통해 3만기 이상의 위성에 대한 승인을 받았으며, 독일 역시 최근 데이터 전송을 위한 무선 주파수 사용을 관장하는 유엔(국제연합) 산하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4만기의 위성을 스타링크 프로젝트에 포함시키는 안에 대해 승인을 신청했다. 

스타링크 외에도 세계 각국의 기업과 정부는 저궤도 위성 시스템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자체 로켓을 통해 위성을 발사하는 스페이스엑스에 비하면 진도는 느리다. 저궤도 위성을 통해 서비스를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원웹은 한국 한화시스템을 비롯해 버진그룹과 퀄컴의 투자를 받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기준 원웹은 총 648기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 아마존 역시 자회사인 카이퍼 프로젝트를 통해 최대 10년간 인공위성 3236기를 발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첫 발사는 2022년 4분기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편 위성이 늘어나며 궤도가 혼잡해져 위성들 간의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미국 위성산업협회(SIA)는 2029년까지 10만 개 이상의 상업용 위성이 궤도에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궤도가 혼잡해지면 위성들끼리 충돌 사고를 일으키거나, 망원경의 시야를 가리며 우주 관측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룩셈부르크의 위성 네트워크 제공업체 SES의 스티브 콜러 CEO는 "너무 많은 위성이 배치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러한 계획 중의 많은 부분은 규제가 없어 나타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은 지난 8월 19일 휴 루이스 사우샘프턴대학교 우주연구그룹 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 위성이 두 대의 우주선 사이를 1km 이하의 간격을 두고 지나가는 일이 매주 약 1600건 일어난다고 밝혔다. 우주 충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이러한 사건의 약 50%에 달하는 수치다. 루이스 연구그룹 책임자는 만약 스페이스엑스가 1차 목표에 따라 1만2000기의 위성을 모두 발사할 경우 스타링크 위성이 우주 발사체들끼리 근접하는 이러한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9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천문학자들은 수많은 위성들이 지상에 위치한 망원경들의 시야를 가리고, 세계 천문학자들의 시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천문학회(AAS)는 2020년 8월 25일 250명 이상의 과학자, 기술자, 위성 운영자 등이 참여한 위성 관련 워크숍 결과 저궤도에 위치한 밝은 위성들이 지상 기반 광학 및 적외선 천문학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전 세계의 천문학자들이 보는 밤하늘의 시야를 바꿀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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