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전문가에 묻다 ⑥플랫폼] 뉴 웨이브, 가치평가도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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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기자
입력 2021-12-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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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액(GMV) 배수는 미래 이 회사의 시장 지배력 가능성을 가치평가 하는 것이다. 배달의민족 인수합병(M&A)때 기업가치에는 동남아 시장까지 확장 가능성이 반영됐다" 

이정훈 삼일PwC 회계법인 파트너가 아주경제 자본시장부를 만나 한 얘기다. 아주경제는 지난달 26일 '4대 회계법인 릴레이 인터뷰' 코너의 주인공으로 이정훈 파트너를 선정해 '재무실사'를 중심으로 인터뷰했다. 

지난 2019년 말 한국 투자은행(IB) 업계에 충격적인 M&A가 발표됐다. 바로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인수한 것이다. 인수 금액만 40억 달러(약 4조7천500억원, 지분 88%)에 이르렀는데, 당시 배민의 2018년 영업이익은 525억원에 불과했다. 이어 이듬해 공정위의 명령으로 인해 발생한 소위 '새집(배민)'사고 '헌집(요기요)'을 파는 '배달업계 2위' 요기요 매각 당시에도 요기요의 기업가치는 8000억원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다른 IT 기반 기업들의 M&A에서도 기업가치는 상당했다. 'G마켓·옥션·G9'를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는 기업가치로 4조5000억원, '중동의 카카오톡'인 아자르를 서비스 중인 하이퍼커넥트의 기업가치는 2500만달러(약 2조원)를 인정받았다. 매각 직전 해 영업이익이 이베이코리아는 850억원, 하이퍼커넥트는 250억원 수준이었다. 

 

[그래픽 = 아주경제]

당연히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납득이 가는 않는 거래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거래는 성사됐다. 매수자, 매도자 양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정훈 파트너는 기존과 다른 가치평가 방식을 도입해 양 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초 자료를 만들었다. 당시 기초가 됐던 방식은 총 거래액(GMV)에 일정 배수를 곱한 방식이었다. PwC독일과 함께 협업해서 배민을 5주간 실사 했고, 약 8주간 요기요의 매도 실사를 진행한 그는 "외국에서 GMV 배수를 사용하는 건 GMV가 궁극적으로 Top line인 매출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이자 성장의 근간인 가입자 수 증가 추세와 가입자 품질을 판단하는 중요 척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단위 이상의 돈이 오가는 딜이기에 시장의 성장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단순하게 예측하지 않는다. 기업의 매출 증가 원인이 △가입자가 늘어서 그런 건지 △빈도수가 증가한 것 때문인지 △평균판매단가(ARPU)가 늘어난 이유에선지 △수수료율 증가인지 아니면 수수료 과금체계의 효과성인지 등을 다 따져봐야 한다. 이 파트너는 "플랫폼 기업의 매출(revenue)은 그 숫자 자체보다는 어디서 얼마큼 향후 성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플랫폼 산업 특성상 제조업과 달리 변동비가 적다는 것도 GMV로 접근할 수 있는 배경이었다. 이 파트너는 "플랫폼 회사는 특히 인건비나 연구개발 비용이 GMV가 늘어난다고 비례적으로 늘지 않는다. 예컨대 매출 5조에 마진 10%, 5000억을 가져가는 회사가 인건비로 2500억원을 사용한다고 가정해보자. GMV가 늘어나면 수익은 1조원이 된다. 그렇다고 인건비가 2배로 늘진 않는다. 플랫폼 기업은 컴퓨터 용량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쓰는 사람이 비례적으로 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 당사자 뿐만 아니라 DH의 주주들 역시 반응했다. 배민의 인수가 발표된 2019년 12월13일 주당 61.84유로였던 DH의 주가는 1년 뒤 공정위가 조건부로 DH의 배민 인수를 승인한 2020년 12월 28일 주당 125유로로 2배 이상 뛰어올랐다. '승자의 저주' 논란이 부담됐다면 이 같은 주가 상승은 없었을 것이다. 또, DH는 높아진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2조원가량의 유상 증자에 성공했다. 결국 인수 금융을 제외하면 배민 인수를 위해 투입된 내부 자금은 거의 없었다. 

그는 "정부 주도의 성장에서 이젠 아이디어, 특히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아이디어로 승부하게 됐다"며 "기술과 자본은 넘쳐나니까 스토리가 있는 플랫폼,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그걸 좋아하는 충성 고객들을 끌어들인 뒤 비즈니스를 곁들여 성공하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이정훈 삼일PwC 파트너[제공=삼일 PwC]


다음은 이정훈 삼일회계법인 파트너와의 일문일답이다. 나머지 일문일답은 2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보람있었던 딜은 무엇인가. 

 2019년 배달의민족과 올해 요기요 M&A다. 가장 핫한 섹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배민은 PwC독일과 함께 협업해서 5주간 인수 실사를 했다. 프라이빗딜이고 인수실사여서 기간이 짧은 편이었다. 요기요 M&A 때는 매도 실사를 8주 정도 진행했다. 딜리버리 비즈니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었고, 또 숫자 이외의 무형의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측정할지 고민도 할 수 있었다. 

△플랫폼 회사의 M&A를 설명해달라. 

 최근 플랫폼 회사들을 보면 (웃음) 상각 전 영업이익(이하 EBITDA)이 10년이 아니다. 30년, 심하게는 100년이 된다. 과거에는 주요 제조업 밸류에이션이 6~8배였고, 이른바 주목받는 '핫 섹터'는 10배였다. 에비타의 의미는 내가 이 회사를 100원에 샀을 때 에비타가 10이면 10배 가치를 주고 산다는 것이다. 10년만 버티며 원금이 회수된다는 것이 에비타 배수의 의미다. 100년 뒤에 어떻게 될지 누가 아나. 요즘엔 밸류에이션도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 게, 계량적인 밸류에이션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산업과 회사가 많이 생겨났다. 

 계량적인 밸류에이션 이외에도 플러스알파를 고려한다. 예컨대 이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기업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던가, 혹은 남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최고의 기술, 혹은 충성 고객을 갖고 있다거나. 이런 요인들에 대해 더 큰 가치를 주는 시대가 됐다. 이른바 비계량적인 밸류에이션이 더 중요해졌다. 

 배민은 연간 거래액(GMV) 대비 약 0.8배 정도에 거래가 됐다. GMV는 일반적인 제조업으로 치면 생산량과 판매량 증가와 같다. 한 달을 본다고 치면, 한 달간 거래하는 사람은 몇 명인지, 한 고객이 몇 번을 시키는지, 또 한 번에 얼마나 거래하는지를 합치면 GMV가 나온다. 여기에 수수료 과금 체계에 근거하여 수수료가 붙으면서 회사의 매출액이 결정된다.  

 또 GMV 및 매출의 증가가 △가입자가 늘어서 그런 건지 △빈도수가 증가한 것인지 △평균 판매단가(ARPU)가 늘어난 건지 △수수료 증가인지 따져봐야 한다. 네 요인만 놓고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입자다. 가입자가 증가하면 어떤 비즈니스를 갖다 붙여도 된다. 반면 빈도의 변동성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배달 시키는 빈도가 늘어난 것일 수도 있으니까(코로나19 이후에는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 ARPU 역시 의미가 있다. 구매할 때마다 점점 비싼 음식을 시킨다는 거니까. 수수료 역시 일종의 브랜드 파워로 볼 수 있다. 플랫폼 기업에 GMV 배수를 사용하는 건 GMV가 궁극적으로 Top line인 매출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이자 성장의 근간인 가입자 수 증가 추세와 가입자 품질을 판단하는 중요 척도이기 때문이다. 결국 충실한 가입자 수가 늘어서 시장 지배자 형태로 가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향유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추가 사업 확장도 기대할 수 있다. 

 플랫폼 회사는 특히 인건비나 연구개발 비용이 GMV가 늘어난다고 비례적으로 늘지 않는다. 예컨대 매출 5조에 마진 10%, 5000억을 가져가는 회사가 인건비로 2500억원을 사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GMV가 늘어나면 수익은 1조원이 된다. 그렇다고 인건비가 2배로 늘진 않는다. 제조업과 다르다. 제조업은 원자재, 노동력이 투입되기에 생산 비용도 증가한다. 플랫폼 기업은 컴퓨터 용량이 늘어나지 인력이 비례적으로 늘지 않는다. 오히려 플랫폼 기업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비용은 프로모션, 마케팅 비용인데, 이건 기업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다. 

△분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외국에서는 디지털 애널리틱스(Digital Analytics)를 활용한다. 재무 숫자가 아니라 GMV를 만드는 고객 군에 대해 세밀한 분석을 하는 방식이다. 연령, 결혼 여부, 주문 시간 등등을 다 분석해서 필요한 인사이트를 뽑아낸다. 그걸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밸류에이션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 우리도 미래에는 이런 방식을 활용할 것이다. 재무 숫자만 놓고 보면 4조, 5조 육박하는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요인 자체가 없다. 

 GMV라는 단순한 지표를 두고 이게 정말 시장 지배자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느냐를 판단해야 한다. 충성 고객인지, 단순히 프로모션으로 늘어난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아자르' 운영사인 하이퍼커넥트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매치그룹(Match Group)에 약 2조원에 팔렸다. 하이퍼커넥트의 아자르는 중동 시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데이팅 앱이다. 한국과 일본에만 지사가 있는 작은 회사인데 그렇게 됐다. 매치그룹 입장에서는 하이퍼커넥트만 인수하면 그간 접근이 어려웠던 중동 시장 고객을 흡수할 수 있으며, 단기간 내 사업 확장이 가능하여 매치그룹의 주가는 오르게 된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측정할 때 무엇을 주안점으로 둬야 하나. 

 플랫폼은 각 섹터에서 과점시장으로 갈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많이 생겨도 결국 남는 것은 한두 개, 두세 개 아닐까. 지배력을 강화해서 시장 지배자 지위를 가진다는 것은 엄청나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의미다. 또 플랫폼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가입자가 한국이든 미국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플랫폼 종류는 되게 많지만 사실 모빌리티든, 배달이든 본질은 그냥 판을 깔아놓는 것이다. 예를 들면 놀이터를 만들어 두고 들어와서 놀라고 하면 사람들이 막 들어오고, 또 그 옆에 다른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그러다 보면 비즈니스가 확장되는 형식이다.
 다만 조건은 있다. 놀이터를 처음에 만들 때 후발주자들이 따라 하기 어려워야 한다. 시장 진입에 시간이 걸려야 한다. 그게 쿠팡이다. 쿠팡은 Top line 성장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계획된 적자를 봤다. 이제 와서 대기업들이 수년을 날려도 좋으니 똑같이 하겠다고 하더라도 할 수가 없다. 쿠팡은 10년간 버티면서 로켓배송이라는 브랜드와 물류창고를 만들었고, 이게 일종의 진입장벽이 됐다. 배민도 마찬가지다. 이런 장벽이 없이 그냥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오픈 이커머스 형태라면 시장 상황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을 평가할 때는 Top line인 GMV 성장 추세와 그 근간인 가입자의 충성도 향상을 통해 후발주자가 쉽게 못 따라오게 만들 수 있는 진입장벽을 잘 구축하여 미래에 시장 지배자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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