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아주경제신문사는 연말을 맞아 4회(시장의 변동과 흐름, 시장의 배경, 시장의 주요 특징, 2022년 전망)에 걸쳐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애널리스트의 2021년 골프 회원권 결산을 소개합니다.
◆ 지역별 현황 특성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이 포함된 중부지역은 16.2% 상승했고 영남권이 10.7%로 그 뒤를 이었으나 특이하게도 제주권의 상승세가 특징을 보였다. 무려 54.7% 상승률을 보이면서 종목별, 지역별 모든 지수를 제치고 최고치 상승을 보이는 기염을 토했다. 업계의 반응은 이례적이라는 분위기였다.
한때 제주도는 과거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화권 개발 투자 유행이 일었으나, 시장에서는 과잉중복 투자에 따른 후유증과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중국인들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자금난으로 기업회생절차를 거치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인 대중제로 전환을 시도하려는 사례가 많았다. 이로 인해, 현재는 회원권이 거래되는 회원제 골프장은 극소수에 달하면서 그 희소가치가 극대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과거 침체기의 후유증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몇몇 골프장은 세금체납과 공매 처리로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어 극과 극의 상반된 모습으로 평가된다.
2021년 상승률 1위는 105.1% 상승한 제주 핀크스가 차지했다. 엘리시안 강촌은 3위, 블랙스톤 제주는 6위에 올랐다.
상위 10위에 안착하진 못했지만, 공항과 인접한 오라도 14위에 위치할 만큼 급등했다.
◆ 대기업 골프장 저평가 종목으로 등극
2021년 상승 종목의 특성 중, 또 다른 갈래는 대기업 골프장의 회원권 상승세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원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골프 내장객이 급증하자 골프장을 소유한 기업들도 어쩔 수 없이 예약 경쟁에 몰리게 됐다는 것이 주요해 보인다.
특히, 대기업 회원제 골프장은 그룹 관계사들의 업무적 연관성에 따라 해당 골프장 회원권을 사용 내지는 업무지원의 성격으로 보유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접대용으로 자사 소유 골프장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인데, 어려워진 골프 예약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해당 회원권을 매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회원권 시세가 대대적으로 상승하자 일부는 자산관리와 수익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상당수 회원제 골프장이 대중 골프장으로 전환되면서 수익률이 급증하는 현상은 이미 검증된 루트이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당장은 아니라도 회원권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매입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주식으로 따지면 일종의 자사주 매입으로 주식 가치 재고를 위한 것이거나 종국에는 자발적 상장폐지를 염두에 둔 형태로 대입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회원권들은 이전과 달리 귀한 대접을 받게 됐다.
골프장 관계사는 물론이고 이러한 여건을 이해하는 개인 매매자들도 일부 매수세에 동참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주요 종목을 살펴보면, 상승률 1위 핀크스는 SK 그룹 소속이다. 2위인 가평 베네스트는 삼성물산 소속이다.
가평 베네스트의 경우, 거래 부진을 겪으며 한동안 시세가 정체된 흐름이었으나 매물 부족이 원인이었을 뿐, 상승 잠재력도 풍부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이외 상승률 4위 금강(KCC 그룹), 9위 자유(신세계그룹)도 그룹사의 후광을 입었다.
◆ 검증된 회원권의 투자가치
시작은 코로나19 부가적 수혜였지만 자산시장에서 희소가치에 열광하는 투자 흐름은 회원권에 대한 인식 또한 달리하는 계기가 됐다. 흔히들 회원권은 기타자산으로 금·은·보석을 포함해 골동품, 미술품들과 같이 취급돼 왔다. 그중에서 회원권에 대한 선호도는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KB 금융지구 경영연구소에서 금융자산 부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를 참고해볼 만하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으로 조사된 전체 대상자 39만3000명 중, 57.3%가 회원권에 투자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전년도에 조사된 56.3%보다 1% 포인트 소폭 증가했으나 금융자산이 30억원 이상인 고액자산가들의 경우 67.3%가 회원권을 투자했다고 응답하면서 자산가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고액자산가들의 회원권시장 참여 비율이 높아지면서 초고가 종목들의 선호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지목됐다.
그뿐만 아니라 회원권을 새로운 영역의 투자상품으로 인식하고 IT업계에서는 블록체인과 NFT(대체 불가 토큰)를 활용하여 무형의 회원권 발행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에 국한하고 있지만 NFT 기반의 호텔, 콘도, 골프장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발행한다던지 회원권 발행 외에도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을 시장에 유통시키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아직은 모호하고 선언적인 단계일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체시법(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도 위배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구체적인 방안과 실현 가능성 유무는 따져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투자시장에서 IT를 접목하여 회원권의 투자가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와 달리 폭넓고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 평판 가치와 영향력 늘어난 골프장
코로나19 이슈로 사상 최대 호황을 맞게 된 골프장들이 그린피와 카트비, 캐디피 등의 사용요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재차 뭇매를 맞았다.
특히, 대중 골프장의 경우 골프 대중화를 위한 세제 혜택에도 불구하고 회원제에 준하는 수준으로 요금이 올랐고 일부는 편법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사례가 적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예약 우선권이 없이 그린피 할인이나 사용 금액을 무상으로 덧붙여주는 선불카드 또는 예약 우선권이 없는 주식, 채권형의 그린피 할인은 회원모집이 아닌 것으로 항변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여론은 냉랭한 반응이다.
급기야 11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까지 나서서 '대중골프장 운영의 관리·감독 강화방안'을 마련하여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권고하기까지 이르렀다. 결국,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당국의 새로운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고, 국회에서는 대중 골프장 편법운영에 대한 대안을 아예 법제화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편법으로 발행했던 회원권들에 대한 소각조치가 내려지면, 해당 골프장들은 회원권을 반환해줄 거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이기에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도 있고 시장에 유통되는 회원권 개체 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생성 중이다.
한편, 편법운영 논란에서 회원제 골프장은 비켜서 있는 양상이지만, 몇몇 골프장들은 과도하게 회원권 예약 혜택 축소와 그린피 인상으로 회원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일부에 국한되었다지만 나아가 아예 회원권을 소각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회원과 법적 분쟁까지 발생했다.
2021년 하락률 상위에 오른 종목 중 상당수는 회원권 프리미엄을 무시한 채, 최초 분양했던 보증금을 반환할 뜻을 비치거나 대중 골프장 전환을 염두에 두고 기존 회원 혜택 축소와 거래 제한을 두면서 시세가 하락했다.
특히, 과거 골프장이 고육지책으로 발행했던 무기명회원권은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으나 골프장들의 운영정책과 평판에 따라 시세가 술렁일 수도 있다는 위기론도 나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