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공모 일정에 돌입한 현대엔지니어링이 업계 예상보다 낮은 공모가를 제시했다. 국내 상장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당초 최대 10조원의 시가총액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던 만큼 몸값 논란은 피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0일 공시한 증권신고서에서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5만7900~7만57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과정에서 발행하는 신주 등을 고려하면 상장 이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4조6300억원에서 최대 6조525억원 가량이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간 현대엔지니어링의 예상 시총이 최대 1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보유한 11.72%의 지분에 대한 프리미엄,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에너지 사업의 잠재력 등이 고평가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실제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는 국내외 건설 및 설계 기업을 다수 유사기업에 포함하며 예상보다 보수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산정 지표로는 기업가치(EV)/상각전영업이익(EBITDA) 배수를 활용했다. 시가총액과 순차입금, 비지배지분 등으로 산출한 기업가치를 EBITDA로 나눈 지표다. 12개 유사 기업들의 EV/EBITDA 평균치인 11.64배를 기업가치 산출에 적용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EBITDA 4336억원에 11.64배의 배수를 곱하고, 순차입금과 공모자금 등을 더해 약 7조1125억원의 평가 시가총액을 구했다. 여기에 34.91~14.90%의 할인율을 적용해 최종 공모가 밴드를 산출했다.
비교군 중 기업가치가 제일 높았던 곳은 해외 기업인 WSP글로벌(WSP GLOBAL)과 제이콥스(JACOBS) 2개사다. 이들 기업의 EV/EBITDA 배수는 각각 22.74배, 21.58배로 나타났다. 두 기업을 제외할 경우 적용 배수는 9.54배로, 기업가치는 약 4조원 수준으로 하락한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5.96배)과 GS건설(6.00배), 대우건설(3.34배) 등 국내 상장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배수가 나타냈다. 국내외 다수 기업이 비교군에 포함되며 당초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서 공모가를 결정한 셈이다.
공모 물량 중 75%(1200만주)를 차지하는 높은 구주매출 비중은 흥행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가치 역시 여전히 국내 상장사보다는 비싼 수준이다. 다만 회사가 보유한 2조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 향후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하면 공모 흥행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EV/EBITDA 배수는 삼성엔지니어링등과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깝기 때문에 낮은 가격이라고 볼 순 없다"며 "수소경제와 친환경 등 회사가 추진하는 신사업, 계열사 간 시너지 등을 생각하면 공모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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