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로비매니저들은 근무하던 은행 점포가 문을 닫으면 곧장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권유받는다. 사실상 해고 통보다. 근무하던 은행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실업급여와 퇴직금뿐이다.
가파른 오프라인 은행 점포 통·폐합 속도에 로비매니저들이 대거 실직 위험에 처했다. 금융권이 금융 환경의 비대면·디지털화가 가속화하자 인력 효율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은 올해 11월까지 203개 점포를 폐쇄했다. 이달 말까지 59개 지점 문을 추가로 닫을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점포 수는 올해 6월 기준 3492곳으로 2016년(4144곳)과 비교하면 652곳 감소했다.
로비매니저는 은행 규모에 따라 1~2명 배치된다. 1차 손님 응대와 은행 내부를 예의 주시하고, 소방 관련 안전 점검과 비상시 기동서비스 연락 등 보안업무를 맡는다.
이들은 원래 은행 직속으로 고용됐지만 1990년대 후반 파견법이 제정된 뒤 차례로 외주화됐다. 통상 짧게는 6개월, 길어도 1년마다 근로계약을 갱신한다. 정의당 비상구(비정규직 상담 창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에서 1만명 정도가 로비매니저로 근무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직 위험뿐만 아니라 재취업도 어려워졌다. 은행 점포 통폐합 기조에 발맞춰 로비매니저 시장 자체는 점차 축소되고 있다. 실직한 로비매니저들은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새로운 분야로 전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은행 점포에서 4년째 로비매니저로 근무 중인 A씨(27)는 “출퇴근길에 텅 빈 다른 은행 점포들을 보며 매일 ‘우리 점포는 괜찮아야 할 텐데’라는 걱정에 불안하다”며 “로비매니저가 적성에 맞지만 매일 퇴근 후 전직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며 두려움을 내비쳤다.
이태훈 은행경비노조준비위 위원장은 “생업을 잃을 위기에 떨고 있는 로비매니저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 짧은 근로 계약 기간부터 개선돼야 한다. 사람이 계속 잘리고 바뀌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권리를 요구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