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상승에 은행 조달로 선회한 대기업…“빚 내서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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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12-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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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업대출 중에서도 그간 주춤했던 대기업 대출이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통상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은 대출보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선다. 그러나 채권금리 급등으로 기업들의 회사채 발생 여건이 안 좋아지면서 미매각이 발생하자 자금조달 방향을 선회, 은행을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마저 코로나19 지속으로 고금리를 감수하며 ‘빚 내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어, 금융권 전반에 건전성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은행권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총 181조원을 기록해 전월보다 2조8000억원 늘었다. 이는 11월 기준 사상 최대 증가폭으로,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3조4000억원)에 이어 둘째로 많다. 올해 들어 폭증한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 대출은 횡보세를 보여왔다. 지난 3월과 5, 6월에는 각각 2조7000억원, 8000억원, 1조1000억원 감소해 역성장하기도 했으며, 매달 백억원대 증가에 그쳤지만 지난 10월 2조원대 증가세를 보인 후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 이는 은행을 찾는 대기업이 늘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가계대출 취급이 어려워진 은행권 상황과 맞물려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대기업대출이 증가하는 상황을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대기업은 은행을 통한 대출보다는 회사채 발행 방식의 자금조달을 선호한다. 대기업의 경우 신용도가 높아 회사채 발생 시 은행 대출금리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을 찾을 일이 비교적 적다.
 
하지만 채권금리 급등으로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통상 회사채는 기업의 신용등급을 감안해 국채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국채금리가 상승 또는 하락에 비례해 움직이는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점진적 축소) 등을 앞두고 채권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투자등급 AA- 이하 회사채 발행에서 미매각되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8월 말 연 1.395%에서 지난 10월 말 2.197%까지 치솟았으며, 국고채 10년물 금리 역시 같은 기간 1.912%에서 2.562%로 상승했다. 회사채 무보증 3년물 AA-금리 역시 지난 8월 말 연 1.82%가량에서 10월 말 2.59%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금액은 감소했으며, 지난 9월의 경우 풀무원식품, 우리종합금융, 더블유 게임즈 등이 A 등급 이하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미달이 난 바 있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며 회사채 발행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자, 대기업들이 자금조달 차선책으로 은행 대출을 택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상승기에는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어쩔 수 없이 은행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을 택하는 기업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이다. 코로나19 충격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대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1조9110억원 이상이면서 은행권 신용공여잔액이 1조1억원 이상인 기업(계열기업군) 32곳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한 바 있다. 지난해 대비 4곳 늘어난 것으로 올해도 대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 사례가 지속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주채무계열로 선정된 대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채무계열로 선정된 기업의 주채권은행은 해당기업의 재무구조를 평가하고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면 약정을 체결해 자구계획 이행을 점검하는 방식의 신용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회사채보다 비교적 고금리인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대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늘어난 조달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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