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 경영 승계를 두고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장남 허진수 SPC그룹 글로벌BU장이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하며 한발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차남 허희수 부사장도 3년 만에 그룹 계열사 섹타나인 신규사업부 임원으로 복귀하며 경영 능력 입증에 나섰다.
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두 형제 중 누가 승계구도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게 될지 주목된다.
SPC그룹은 30일 허 글로벌BU장을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발령 시기는 내년 1월 1일이다.
허 사장은 1977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한 뒤 2005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했다. 국내 ‘제빵왕’으로 불리는 허 회장과 같은 미국 제빵학교(AIB)를 수료했다.
이후 전략기획실과 연구개발(R&D), 글로벌 사업 등을 총괄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허 사장은 파리바게뜨의 해외 매장 확대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PC그룹은 현재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 7개국에서 430여개의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허 사장은 2019년 3월 중국에 SPC톈진공장 준공, 4월 싱가포르 주얼창이 입점 등 굵직한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올해는 조인트벤처 전략으로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 파리바게뜨를 잇달아 진출시켰다. 이런 성과로 파리바게뜨는 올해 미국 프랜차이즈 타임즈가 선정한 ‘프랜차이즈 기업 톱 400’에 38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허 사장의 승진에 앞서 허희수 부사장도 3년 만에 복귀해 신사업을 진행 중이다. 허 부사장은 SPC그룹의 네트워크 시스템 관련 계열사인 섹타나인의 책임임원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허 부사장은 경영 복귀 1주일 만에 퀵커머스 서비스 ‘해피버틀러’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퀵커머스는 고객이 상품 주문 시, 도심 물류거점을 활용해 15분에서 1시간 이내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3000억원을 기록한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5년에는 5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1978년생인 허 부사장은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한 뒤 파리크라상 마케팅본부장, BR코리아 전무,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사업부문장 등을 거쳤다. 2016년에는 수제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여왔다. 쉐이크쉑은 꾸준히 성장하며 이달 20호점을 열었다. 작년에는 캘리포니아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을 도입해 국내 파인캐주얼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부사장은 SPC그룹의 디자인·마케팅 전략을 이끈 마케팅 전문가로도 손꼽힌다. 해피포인트카드 리뉴얼과 이베이코리아와 양해각서 추진 등 SPC그룹의 e비즈니스 분야, 미래 성장동력 발굴도 주도했다.
허 사장의 승진과 허 부사장의 복귀로 다시 한번 승계를 두고 형제간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SPC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이 없는 데다 형제가 그룹 내 보유한 지분이 비슷하다.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의 지분율은 허진수 16.31%, 허희수 11.94%다. 허영인 회장도 고(故)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의 차남이다.
허진수·허희수 두 형제의 승진은 일정 기간을 두고 이뤄졌다. 실제 허 사장은 2015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허 부사장도 2016년 현재 직급에 올랐다. 허 부사장이 경영 성과를 보여준다면 내년 승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허진수·허희수 두 형제 간 직급은 장남이 승진하고 차남이 뒤따라가는 식으로 차등을 두고 이뤄졌다”며 “허 부사장이 경영 능력을 보여준다면 승진에 성공할 것이고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