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에 올인한 가상인간…말문은 언제 트이나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 [사진=롯데홈쇼핑]

약 7만명에 이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어를 두고 최근엔 국내 유명 패션·주얼리 브랜드와 공동 마케팅 활동을 한 29세 모델. 롯데홈쇼핑이 1년 공들여 만든 가상인간 '루시'다. 그가 영화 음악에 맞춰 춤추는 30초짜리 영상은 220만뷰를 기록했다.

LG전자가 선보인 23세 가상 여성 아티스트인 '김래아'는 올 초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에 처음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았고,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만든 '로지'는 최근 실제 여러 광고 모델로 발탁됐을 만큼 인기가 뜨겁다.

아쉬운 점은 이들의 의사소통 능력이다. 노래와 춤은 뛰어나지만 이들이 팬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은 현재로선 힘들기 때문.

IT업계 관계자들은 대화 기능을 갖춘 가상인간은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가상인간이 주로 활약하는 광고·엔터테인먼트 분야 특성상 소통 능력보다는 외형 개선에 집중할 거란 관측이 많다.

가상에서만 존재한다는 한계를 뛰어넘는 '지능형 인공지능(AI) 휴먼'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롯데홈쇼핑은 대화 기능 추가 등 루시 고도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LG전자가 올 초 CES에서 선보인 가상인간 '김래아'. [사진=LG전자]

30일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루시는 현재 계획 단계에 있다"면서 "기술 도입·고도화·테스트 과정을 거친 이후에 구체적인 방법 혹은 구상안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현재도 정해진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는 있다. 연기자가 시나리오별로 촬영한 영상에 로지·수아·래아의 얼굴을 합성하면 된다. 단, 사람과 무작위로 대화하는 모습을 구현하긴 아직 쉽지 않다.

한 AI 휴먼 업체 관계자는 "AI 기술로 입모양만 실시간 바꿔주는 '립싱크'를 활용한 가상인간이라면 의사소통 기능을 빠르게 탑재할 수 있다"면서 "여러 개 영상을 촬영해야 한다면 공수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가상인간 제작에는 크게 컴퓨터 그래픽(CG), AI 딥페이크, 립싱크 등 기술이 쓰인다. 로지·수아·래아는 사람과 양방향 소통이 어려워 '지능형 AI 휴먼'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다른 산업군에선 지능형 AI 휴먼이 활발하게 이용되는 추세다.

이 관계자는 "챗봇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인간은 카드사 상담사, 행사 MC, 관제사 등 분야로 확대 사용되고 있다"면서 "AI 외형보단 범용 인공지능(AGI) 엔진 개발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용(B2B) 서비스 관점에서 보면 AI가 인간 직원을 대체하면서 얼마큼 효율을 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AI 도입 시 사람 한 명을 고용했을 때에 비해 비용이 덜 든다면 인건비 절약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AI 역량에 더욱 중점을 두고 연구개발(R&D)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하이퍼 클로바'를 개발해 AI 모델의 다이얼로그(대화기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