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장은 코로나19임에도 불구하고 2020년 방송 매출액이 총 18조118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2% 가깝게 증가하였다. 특히 IPTV(인터넷TV)산업은 전년대비 약 11%나 성장한 4조2836억원, 지상파 산업은 1.4% 성장한 3조5665억원, 케이블 산업은 전년대비 4.4% 감소한 1조9328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IPTV의 높은 성장이 이채롭다.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와의 유료방송 산업과 비교해보면 대부분의 국가가 성장 정체 또는 후퇴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글로벌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의 진출과 함께 발생한 코드 커팅으로 인해 가입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미국은 OTT와의 경쟁에서 밀리거나 유료방송 사업자가 OTT로 전환되면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은 매우 이례적이다. 항상 유료방송은 위기라고 하지만 IPTV만을 지켜보면 매년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14%나 된다. 이제는 우리나라 유료방송이 IPTV 중심으로 시장구조가 더욱 공고히 되어감을 알 수 있다.
물론 IPTV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IPTV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 간의 경쟁에서 다양한 요소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유료방송 산업 내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결합상품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많은 콘텐츠 확보를 위해 VoD(주문형비디오)에 투자하였으며, 국내외 OTT사업자와의 빠른 연계를 통해 고객의 미디어 콘텐츠 수요를 충족해 왔다. 더불어 케이블TV 사업자와는 규제의 누적 차이가 있는 행운도 지금의 결과를 이끌었다. 이러한 차이는 IPTV가 케이블 사업자를 인수하고 유료방송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하게 하였다. 정리하면 IPTV는 유료방송 내 경쟁자들이 하지 못한 서비스 및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현실은 어떠한가? OTT와의 경쟁상황을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던 모든 경쟁력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먼저, 가격 경쟁력은 OTT도 매우 저렴하다. IPTV가 통신사와의 결합상품으로 공급하는 수준의 가격이다. 게다가 OTT사업자는 장르의 구분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소위 몰아보기를 제공하고 있다. 콘텐츠 시장에 대한 투자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콘텐츠 품질도 점차 OTT에 밀리고 있다. 앞서 자신들이 쟁취한 경쟁력을 OTT에게 빼앗기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IPTV의 선제적 혁신이 필요하다. IPTV는 서비스 및 기술 혁신을 통해 이용자 경험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OTT가 제공하기 힘든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글로벌 OTT가 쉽게 제공할 수 없는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게임이나 영화, 지역 기반의 관광 서비스 등과의 연계를 통한 서비스 혁신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다시 한번 초기 출범과 같은 대규모의 투자와 혁신활동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이러한 혁신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 자유로운 편성권 등 투자 확대 없이 운영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줄 필요가 있다. 이제 생존을 위한 전력 질주가 필요한 때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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