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ESG-외국에서 배운다]②엔터 산업 넘어 친환경 선도하는 닌텐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문은주 기자
입력 2022-01-11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1889년 설립한 130여년 전통의 일본 최고 게임업체

  • 재활용 종이로 포장용 상자 제작...식물성 잉크 사용

  • 골판지 조립키트 '라보' 교육자료로...CSR 전문팀 운영도

[데일리동방]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항목으로 떠올랐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같은 재무지표로 기업을 평가하던 과거와는 달리 기업이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느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ESG 전담위원회를 만들고 사회공헌 부서를 확장하는 등 ESG 총력 태세에 나서고 있지만 ESG 평가에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 미국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지속가능한 미래에 필요한 ESG 경영 방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좋은 기업으로 일컬어지는 외국 기업들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인기 캐릭터 슈퍼 마리오 [사진=닌텐도 ]


일본 교토와 오사카에서 화투를 팔던 서른 살 청년 야마우치 후사지로. 그가 2022년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면 두 가지 면에서 크게 놀랄 것이다. 하나는 본인이 창업한 점포가 전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됐다는 점에서, 또 하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네모난 물건을 이용해 '손 맛'을 느끼며 여가 생활을 즐긴다는 점에서다. 일본 최대 게임업체인 닌텐도(任天堂) 이야기다. 

야마우치가 1889년 창업한 닌텐도는 본래 화투 제작 회사였다. 시간이 흘러 화투의 인기가 식으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운수업과 완구업 등에 진출했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반전이 일어난 것은 창업주의 증손이자 닌텐도의 제3대 사장이 가업을 이어받았을 때다. 전자기기가 늘어난 1970년대 들어 시대에 맞게 비디오게임을 개발하면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전설의 게임 디자이너 미야모토 시게루가 합류하면서 게임 업계를 주도한 것이다. 슈퍼마리오, 겜보이, 동기콩 등의 히트 캐릭터도 태어났다. 족벌 경영을 이어가는 대신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는 등 경영 방식도 쇄신했다.

130여년의 업력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고객 경험의 중요성도 터득했다. 자체적인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가이드를 마련해 치밀한 고객 관리가 나섰던 닌텐도는 지난해 'ESG 이니셔티브'를 만들면서 새로운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식물성 잉크, 재활용 프로그램...'환경 이니셔티브' 구체화

닌텐도는 일찌감치 친환경 시스템을 구축했다. 늘 손에 쥐는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만큼 필연적으로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게임 콘솔과 주변기기를 만들 때 유해 화학물질이 함유되지 않은 물질을 사용하고 제품의 전력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제품 설계 과정부터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부품을 사용하고 재활용하기 쉬운 포장재를 선택하는 식이다.

포장용 상자와 소프트웨어 패키지는 재활용 가능한 종이 재질로 만든다. 상자와 설명서 등 인쇄물에는 휘발성유기화학물(VOC) 잉크 대신 식물성 잉크나 비(非)VOC 잉크를 사용한다.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석유 기반 잉크 대신 대두 기름 같은 식물성 잉크로 대체하기로 한 것이다.

식물성 잉크를 사용한 종이는 땅에서 분해되기 쉽고 재활용 용지를 만들 때도 종이와 잉크를 분리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물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비VOC 잉크는 성분 중 석유 기반 용매가 1% 미만이어서 식물성 잉크보다 환경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기 캐릭터 슈퍼 마리오가 등장하는 닌텐도 콘솔 게임 '마리오 파티 슈퍼스타즈' [출처=닌텐도 공식 유튜브채널]


환경적으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제품 디자인부터 제작은 물론 판매 이후 사후 수리와 지원, 재활용 등에도 적극적으로 이어진다. 안으로는 사무실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제도를 운영하고 밖으로는 협력업체들을 적극 관리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닌텐도는 환경 관련 국제표준 ISO 14001을 기반으로 설립한 환경위원회를 통해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협력업체가 유해 물질 관리 기준을 충족하는지 등을 판단한다. 필요에 따라 납품된 제품을 대상으로 화학 분석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제품 재활용 프로그램도 적극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소비자가 소형가전재활용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한다. 재활용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위해서다. 소형가전재활용법은 현지 중고 소형 가전의 수거,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법률로, 일부 닌텐도 게임 콘솔, AC 어댑터, 케이블, 주변 기기 및 기타 제품이 이 법률에 적용된다. 

미국 닌텐도는 북미 지역 고객을 대상으로 '테이크백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닌텐도 등 비디오 제품을 재활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해당 제품을 무료로 반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재활용 제품을 관리하는 협력업체는 까다로운 인증을 거쳐 운영된다. 호주 닌텐도도 닌텐도 제품을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으로 취급하도록 모든 수리 서비스 센터에서 모든 제품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재활용을 주도하고 있다. 

◆"투명성 높은 거버넌스 구축"...오랜 CRS 경험 확대

닌텐도의 친환경 이니셔티브는 사회공헌 활동으로도 이어진다. 라보(Labo)가 대표적이다. 닌텐도 라보는 일종의 골판지 조립 키트로, 골판지 부품을 조립한 뒤 닌텐도 스위치와 연동해 악기 연주, 낚시 등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소프트웨어다.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데다 세계 곳곳에서 교육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어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 받는다. 
 

골판지 소재 조립 키트인 닌텐도 라보(Labo). 닌텐도 스위치와 연동해 악기 연주, 낚시 등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소프트웨어다. [출처=닌텐도 공식 유튜브채널]


지난 2019년 일본에서는 초등학생 대상의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닌텐도 라보를 보조교구로 활용했다. 라보의 움직임을 통해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게임용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도 라보가 방과후 활동 주제 중 하나로 활용됐다. 이탈리아 전역에 있는 주요 박물관에서 닌텐도 라보를 활용한 실습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1만명 이상의 부모와 아이들이 라보를 이용해 문화 체험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07년 처음으로 정기적인 CSR 리포트를 발행한 닌텐도는 지난해 말 'ESG 이니셔티브'를 공개하면서 거버넌스도 강화하고 있다. 장기적·지속적으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도록 하려면 투명성 높은 거버넌스 구축과 기업 윤리 향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해 경영상 의사결정·감독 기능과 업무 집행 기능을 분리했다. 

이사회는 이사 10명으로 구성하고 이 중 사외이사는 4명을 둔다. 사외이사는 도쿄증권거래소가 정하는 자격 기준을 충족하는 인물 중에 선정한다. 매월 1회 개최하는 정례회의 외에 경영회의를 매월 2회 개최해 의사결정에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감사 등의 위원회는 상근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한다. 정기적인 감사 위원회를 통해 공정·불편 관련 내부 감사를 실시하고 의견을 교환해 능동적인 내부 통제에 나선다. 내부 이사진의 3분의 1 이상을 여성으로 배치하는 등 여성 참여율을 늘려나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닌텐도는 CSR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2007회계연도에 CSR 추진 사업팀을 설립했다. CSR 활동을 홍보하는 단일 부서에서 벗어나 관련 분야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CSR 활동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주요 해외 자회사에 CSR 홍보팀과 홍보 인력을 배치한 것도 그 일환이다. 각 그룹은 자사 활동 현황을 공유하고 경영 현황을 보고한다. 전 세계에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현지 법 규범 상황에 맞추기 위해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회의(GCC)를 구성, 정기적으로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 소프트웨어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TRIANGLE STRATEGY)' 트레일러 이미지. 전략 RPG 게임 신작으로, 2022년 3월 4일 발매 예정이다. [사진=한국 닌텐도]


기업은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과거 인식과 달리 최근에는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도 능동적인 거버넌스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기업은 다른 나라보다 거버넌스 부문이 약하긴 하지만 재벌 오너 경영체제의 특성상 장기적인 투자로 큰 실적을 이끌어낸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며 "다만 현장 사망 사고 등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객과 직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보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