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체 24회 불법촬영한 몰카범, 자백했지만 '무죄' 확정...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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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1-21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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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진=연합뉴스 ]


공공장소에서 20회 이상 여성의 신체를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자백을 했음에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경찰이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사자 참여권을 보장해주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위법수집증거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4월 경기도 모 고등학교 앞 시내버스 안에서 앉은 여학생(당시 16세)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것을 비롯해 24명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1, 2심은 A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성범죄를 수사하던 경찰은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는데, 포렌식 과정에서 애초 혐의를 둔 범죄의 증거는 찾지 못했고 다른 범죄의 동영상을 발견해 A씨에게 자백을 받아낸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압수한 저장매체의 전자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다가 별도의 범죄 혐의를 발견했다면 추가탐색을 중단하고 따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해 발부받아야 한다.

피의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전자정보 탐색에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다면 적법한 압수수색이 아니다.

A씨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새로운 동영상을 찾고 나서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면서 A씨에게 참여를 보장하거나 확보한 전자정보 목록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수사가 위법하니 A씨의 자백이 있어도 그것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게 된 셈이다.

대법원은 하급심과 달리 경찰과 검찰이 확보한 불법 촬영물이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로는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범행 간격이 짧고 공중이 밀집한 장소에서 불특정 여성을 물색해 촬영하는 등 수법이 동일한데, 피해자들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라면 동영상을 간접·정황증거로 쓰일 수도 있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증거 확보 과정에 A씨의 참여를 배제한 점이 결국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2018년 3월 10일 저지른 범행에 관한 파일 탐색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한 동영상들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이에 대해 별도의 압수 절차를 거치치 않았고, 동영상 탐색·출력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에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해도 피고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는 이상 이 사건 동영상은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원심의 잘못은 (무죄) 판결에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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