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애초 출장설이 제기됐던 작년 연말연시 재판 휴정기 대신 이달 말 설 연휴 기간을 활용해 다음 달 초 전세기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매주 목요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 부회장은 다음 달 3일 재판이 휴정하면서 27일 재판부터 다음 달 9일까지 14일간 해외에 나갈 기회를 얻게 됐다.
가장 유력한 목적지는 유럽으로 점쳐진다. 지난 연말에도 한 차례 유럽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유럽 지역 일대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심화하면서 이 부회장은 출장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앞서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는데,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네덜란드 ASML과의 협력관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는 '슈퍼 을'이다. 지난 2020년 10월 유럽을 찾은 이 부회장은 당시에도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경영진과 만나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증설 라인 등에 EUV 첨단 프로세싱을 구현해 반도체 비전 2030 현실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시 이 부회장의 방문이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던 인수합병(M&A)을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전장용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기업을 직접 살펴볼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 2016년 11월 삼성전자가 미국 오디오 전문 업체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4000억원)에 인수, 전장 사업 강화에 나선 것도 이 부회장이 당시 등기이사로 오른 지 불과 3개월 만에 이뤄졌다.
또한 2~3차 공급사와 원자재 관리,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의 생산 설비 등을 점검하기 위해 중국을 찾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20년 5월을 마지막으로 중국을 찾았는데, 2년 가까이 중국 정부와 현지 기업들과 파트너십 공백이 생긴 만큼 이를 메워야 하는 필요성이 크다. 작년 1~3분기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43조7455억원인데, 이는 전체 매출의 30.2%를 차지한다. 미·중 패권 경쟁이 올해도 이어지는 가운데 계속 이대로 중국을 방치한다면 삼성전자의 중국 내 입지는 순식간에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이전에는 매년 새해 첫 행보로 국내 사업장을 찾았는데, 올해는 이런 행보도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며 "설 연휴 기간 해외 출장을 통해 올해 '뉴삼성'을 위한 본격적인 글로벌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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