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에르메스를 시작으로 샤넬, 디올,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의 제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품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자 일각에서는 ‘한국 소비자는 봉’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영국 패션 업체 버버리는 핸드백과 스카프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에서 최대 30% 인상했다.
이날 제품 가격을 올린 버버리 외에도 새해 벽두부터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1일에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롤렉스가 제품 가격을 8~15% 올렸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 4일 주요 제품 가격을 3~7% 올렸고, 샤넬은 지난 14일 코코핸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17% 기습 인상했다.
이어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디올이 제품 가격을 최대 20% 올렸다. 디올의 스테디셀러 ‘레이디백 미디엄’은 하룻밤 새 140만원이나 뛰었다.
가격 인상은 패션잡화에서 화장품으로 번졌다. 샤넬은 다음 달 1일 향수 가격을 평균 4% 인상하며, 프리미엄 니치향수 브랜드 딥디크, 조말론, 르 라보 등도 가격 인상 소식을 알렸다.
잇단 가격 인상 소식에도 주요 명품 가방은 물건을 구할 수 없어 못 살 정도로 인기다. 명품 브랜드들은 원자재 가격과 물류, 인건비 상승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인상 횟수는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분노하는 부분은 이들이 ‘사전 공지’ 없이 가격을 수시로 올린다는 점이다.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는 지난해에만 4~5차례 가격을 기습 인상했다. 샤넬 매장 직원은 “가격이 언제 오를지 당일이 되어야 안다”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실제 샤넬 매장 앞에는 매일 새벽부터 가방을 사러 온 사람들이 오픈런을 감행하고 있다. 가격이 오를수록 오픈런 줄은 더욱 길어진다. 이들은 1000만원에 달하는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줄을 서고, 원하는 가방이 들어올 때까지 줄서기 대행 아르바이트생 고용도 불사한다.
전문가들은 가격을 올리는 데도 명품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베블런 효과’로 정의했다. 베블런 효과는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소비하는 현상으로, 비쌀수록 수요가 더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게다가 명품 브랜드의 잦은 가격 인상은 ‘지금이 제일 싸다’는 인식과 더불어 언제든지 돈이 필요하면 웃돈을 붙여 중고로 팔면 된다는 심리 현상으로도 이어진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브랜드가 공급관리를 하면서 잘 팔려도 물량을 적게 만들면서 희소가치를 높여 가격이 오르더라도 더 갖고 싶게 만드는 것”이라며 “인터넷을 통한 중고 거래가 수월해지면서 명품을 저렴할 때 사서 비싸게 팔겠다는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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