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있었던 대선 후보 TV토론회의 최대 승자는 여당 후보도 아니고 야당 후보도 아닌 ‘RE100’이 아닐까 한다. '아~ 누구?'라고 하시며 옆에서 보고 계시던 어머니께서 다음날 ‘우리나라에서 풍력, 태양광 발전 100%가 정말 가능하냐’며 관심을 보이신 것을 보면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의미하는 ‘RE100’이 TV토론을 계기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게 되었음이 분명하다.
솔직히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건 불가능하건 이제는 더 친환경적이어야 하는 점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RE100과 같이 전문용어를 우리가 모두 열공해야 해서가 아니라 30여 년 전과 비교해 봐도 한국의 하늘은 너무 뿌옇게 변했고 코로나19 이전에도 매년 봄마다 마스크를 썼다. 글로벌 이상기후 현상이 바다 건너만의 사건이 아니라 한반도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바로 우리 앞마당의 사건일 수 있다. 에너지 사용 측면에서 변화가 시급하고, 어쩌면 혁명적일 정도로 많은 논란과 갈등을 일으키며 진행될 수도 있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산업 분야에서 혁명은 다음 세 가지 분야, 즉 소통, 에너지, 이동 매개체의 발전으로 인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현상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자. 소통 측면을 보면 전신, 전기 등을 이용하여 모스부호, 전화기, 인터넷 등으로 이어지는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기계 덕택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과 소통이 가능한 것은 물론 즉각적인 연락도 가능하게 되어 시공간적으로 더 밀접한 연결이 가능해졌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석탄에서 석유로 이어지는 화석연료 에너지 덕분에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석탄과 석유, 이들은 모두 탄소 에너지원이다. 탄소란 무엇인가. 결국에는 고대에 나무나 식물과 같은 형태로 있었던 탄소가 지각변동으로 땅속 깊숙이 묻혀 보존되어 있었던 것이 석탄이나 석유의 형태로 지상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너무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탄소가 배출되다 보니 지구 시스템이 그러한 에너지 전환을 견디지 못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지금 보고 있는 환경 오염과 이상기후 현상이다.
이제는 탄소를 적게 배출하거나 아예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사용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부문도 변혁이 필요하다.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자는 운동이 국제적인 캠페인, 아니 캠페인을 넘어 국제 규제로 강제화되고 있다. 1979년 국제기후총회에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 처음으로 논의한 이후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유엔기후변화 협약 체결,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2012년 탄소배출권 할당 규정, 2015년 파리기후협약 체결 등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 수준까지 내리기 위한 국제적인 협의는 이미 여러 차례 성사되었다.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할 때인 것이다.
친환경을 극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자동차다. 여러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면서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인간의 발’이기 때문이다. 석유 에너지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가 각광받아야 하는 점은 탈탄소 및 친환경 요구가 거세지는 작금의 시대상을 보면 필수불가결한 사항이겠다. 즉, 에너지의 변혁에 힘입어 혁명의 세 번째 구성 요소인 이동 매개체 분야에서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까지 자동차의 주요 기능은 먼 거리를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느냐에 집중되어 있었다. 높은 연료 효율성이나 유선형의 디자인 등은 모두 이러한 기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 발전의 결과물이다. 이에 더해 자동차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을 더 쾌적하게 보내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더해져 있는 셈이다. 이제 다음 세대의 자동차는 실내 공간이 제공해주는 쾌적함에 더해 업무의 생산성 증대까지도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삶의 현장이다. 인생 중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4년 정도라고 한다. 군대를 두 번 갔다 오는 기간이다. 그렇기에 자동차 안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생산성의 차이가 극명하게 달라질 것이다. 기계가 대신 운전해주는 자율주행차에서 이동하면서 그 시간에 업무를 보거나 혹은 정말 편하게 휴식을 취한다면 차에서 내린 후 라이프는 어떤 모습일까. 뭐가 되었건 지금과 같이 급한 일을 바쁘게 보아야만 하는 것보다는 내가 가치 있다고 느끼고 있는 소중한 일,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상상한다.
한편으로는 자율주행차의 확산과 같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눈앞에 다가올수록 기존의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것과는 차별화된 가치가 더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은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 능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활용 서비스 플랫폼 운영 능력에서 판가름날 가능성도 있다. 이보다 조금 더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자율주행차의 에너지원으로 환영받는 탈탄소 연료원인 자동차 배터리의 발전, 그리고 그러한 배터리의 자동차 내재화 진행 등과 같은 판도 변화로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한국, 중국과 일본의 배터리 기업의 명운도 갈릴 수 있겠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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