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더 내리면 '무담보 저신용자' 갈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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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2-02-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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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앞두고 인하 법안 속속 발의

  • 현실화땐 서민들 불법 사금융으로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최고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금융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이 후보는 법정 최고 금리로 연 11.3~15%가 적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부업체들은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담보대출’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소 수익성 유지를 위한 차선책이다. 이렇게 되면 무담보 저신용자들은 자연스럽게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대부업이 서민 금융의 ‘마지노선’으로 정상 작용하려면 금리를 오히려 연 24%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과 가상자산 유사 수신 등 민생 금융범죄를 집중 단속해 874명을 붙잡았다. 올 들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불법사금융 관련 집중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는 모두 최근 금융 취약 계층을 상대로 한 불법 대부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데 따른 조치다.
 
대부업체들은 최고 금리가 연일 수직 하락하는 상황에 “더는 저신용자를 받을 여력이 없다”고 호소한다. 최근 5년 새 최고 금리는 연 34.9%에서 연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부업 이용자 수는 약 145만명 증발했다. 대부업계 평균 대출 승인율도 10% 안팎까지 떨어졌다. 현행 금리 체계에선 연체 등 위험 부담이 큰 서민 계층 수용이 도저히 불가하다는 판단이다. 업계에선 시장이 정상 작용하기 위한 최소 금리 수준으로 ‘연 24%’를 제시하고 있다. 최소 월 2% 수준의 금리가 담보돼야만 저신용 대상의 신용대출을 재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신 집, 차 등 담보대출 취급량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대부업체의 담보대출 비중은 2018년 32.2%에서 2019년 44.0%, 2020년 49.3%, 2021년 상반기 51.9%까지 늘었다. 담보대출 비중이 신용대출 비중을 추월한 건 이번이 최초다. A대부업체 대표는 “(신용대출에서) 저신용자는 위험 부담이 높기 때문에 이를 방어할 만한 고금리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며 “최근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조달금리 부담까지 커져 도저히 신규 신용대출을 진행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대부업 전반적 환경도 점차 악화하는 추세다. 대형업체 중 웰컴금융그룹이 대부시장에서 조기 철수했고,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도 2024년까지 철수할 예정이다. 앞서 산와대부, 태강대부, 유앤아이대부 등 상위 업체들도 줄줄이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작년 상반기 기준 금융당국에 등록한 대부업체도 직전 연도보다 109곳 줄었다.
 
업계에선 현 최고 금리도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최고 금리를 연 20%로 제한한 국가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불과하다. 이 밖에 영국은 288%, 싱가포르는 48%, 프랑스는 29.3% 수준에서 각각 최고 금리를 제한하고 있다. 일본 역시 기준금리가 제로 금리에 수렴하는 만큼 조달 비용 측면에서 사실상 국내 업체와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본 대부업 평균 조달 금리는 1% 내외로 알려져 있다. 부실률도 국내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친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독일은 현재 ‘이자 및 할부금용여신과 소액대출에 관한 규정’이 폐지되면서 금리 자유화가 이뤄진 상태고, 미국 역시 주별로 최고 금리 규제를 두고 있으며 평균 최고 금리는 연 36% 수준”이라며 “불법 사금융이 팽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먼저 최고 금리 정상화(연 24%)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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