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피할 수 없는 토론, 앞으로 세 번
대선 후보 4자 TV토론은 모두 다섯 번 열릴 예정이다.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맞붙는 4자 토론회. 지난 3일 1차가 열렸고 11일 2차가 열린다. 이어 21일, 25일, 3월 2일 예정돼 있다.
3일에 이어 11일 열리는 1·2차 토론회는 법에 따라 꼭 해야만 하는 토론회가 아니다. 그래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2차 4자 토론 성사에도 난항을 겪었다. 한국기자협회가 3일 토론 직후 “JTBC의 중계로 2월 8일 4자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고, 후보 모두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실무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 측이 주최 측과 JTBC의 ‘좌 편향성’을 문제 삼으면서 8일 토론회는 무산됐다.
KBS 9시 뉴스 앵커 출신 황상무 국민의힘 선대본부 공보특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최 측이 “심하게 좌편향돼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황 특보는 논란이 커지자 글을 삭제했고 기협에 사과했다.
윤 후보 측이 이런저런 핑계로 무산될 뻔했던 2차 토론회는 결국 주관 방송사를 종편과 보도전문채널 6개사 공동으로 바꾸고 스튜디오도 MBN으로 변경해 열리게 됐다. 하지만 주최자는 기자협회 그대로다. 윤 후보 측 몽니로 생긴 ‘웃픈’ 해프닝은 앞으로 열릴 토론회에서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다.
1·2차는 4자가 합의해 여는 비법정 토론회였지만, 21일, 25일, 3월 2일 토론회는 법으로 정한 의무 참석 토론회다. ‘3회 이상’을 규정한 공직선거법에 따라 열리고,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기 때문에 시비를 따질 수 없다.
지난 3일 첫 TV토론 시청률은 무려 39%였다. 1997년 15대 대선(55.7%) 이후 최고였지만, 1990년대는 시청률 60% 이상 드라마도 있을 때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2020년대는 10%만 넘어도 ‘대박’이기 때문에 이번 시청률 39%는 15대 최고 기록에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수치다.
지난 9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황대헌 선수가 첫 금메달을 딴 쇼트트랙 경기 남자 1500m 결승전 시청률(40.8%)과 별 차이가 없다. 쇼트트랙 경기는 불과 몇 분 만에 끝났지만 대선TV토론은 2시간임을 감안하면 시청률이 주는 무게감은 사뭇 다르다.
역대급 대선토론 시청률은 이번 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한 부동층, 중도 유권자들의 관심도를 반영한 듯하다. 1차 토론회 직후 JTBC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눈에 띄는 수치는 “토론을 가장 못 한 후보는 누구”란 질문에 윤석열 후보라고 답한 37.8%다. 이재명 후보는 26.1%였는데, 이는 오차범위를 넘는 11.7%포인트 차이다. 특히 이어지는 “TV토론을 보고 나서 지지 후보를 바꿨나”라는 물음에 지지 후보를 바꿨다는 응답은 5.1%였다. 이 부분에서 JTBC는 “5.1%에 그쳤습니다”라고 적으며 그 의미를 낮춰봤다.
과연 그럴까. 최근 나오는 믿을 만한 여론조사는 대부분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차 토론을 보고 후보를 바꾼 이들이 5%라면, ‘불과 5%밖에’로 봐선 안 된다. ‘무려 5%나 된다’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같은 질문에 응답자의 77.7%는 지지 후보가 바뀌지 않았다고 답했는데, 이미 누구를 찍을지 정한 유권자들은 남은 기간 ‘TV토론 할애비’가 와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후보를 바꾼 5%의 변화, 특히 앞으로 TV토론을 보고 마음을 정하기 시작할 5%에 대선의 결과가 달릴 터. 이 조사를 진행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아래 말에 적극 공감한다.
“선거일에 임박할수록 구도에서 인물, 인물에서 정책 중심으로 지지 의사를 결정해 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TV토론이 주요 정책을 둘러싸고 심도 높게 진행된다면 판세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백 투 베이직’…대선토론의 기본, 본질
우리는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다. ‘국정 운영’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우리 자신에게 대입해 보자. 대선은 나와 우리 가족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켜 행복하게(덜 불행하게) 사는 데 도움을 줄 사람을 뽑는 거다.
이미 선거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 말고 아직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하려는 5% 유권자들은 TV토론에서 그걸 볼 거다.
△나라를 이끌 기본적인 지식과 상식을 갖춘 사람 △지도자로서의 품격과 기본을 가진 사람 △비록 지금은 적이지만 앞으로 국정운영 동반자가 될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사람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사람, 나아가 태도가 능력이 되는 사람 등등.
지난해 8월 6일에 <“내가 장영술이다”…우리가 뽑는 2022 국가대표>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처럼 대통령을 뽑자는 글이었다.
스포츠와 정치권은 공통점이 참 많다…내년 대선에서 우리 유권자 모두 ‘내가 장영술이다’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발 기준은 대통령을 뽑는 유권자의 판단 기준과 별반 다르지 않다.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갈 지도자의 능력, 그 하나만 제대로 눈여겨보자. 정치에 금메달은 없다. 하지만 장영술 같은 유권자가 많아야 한다.
(중략)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 우리는 벨기에에 0대1로 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홍명보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과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이영표 KBS 해설위원의 비판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월드컵에 경험을 쌓으러 나오는 팀은 없다. 월드컵은 증명하는 자리다. 체력적인 준비를 못한 실패다. 보여줘야 하는 무대에서 증명하지 못했다.”
앞으로 남은 네 차례의 TV토론에서 유권자 5%의 결정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메달 색, 선진국 유지 혹은 탈락을 좌우할 것임은 분명하다. 장영술의 성공, 홍명보의 실패를 보고 배우자. 대통령 선택, ‘백 투 베이직(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가면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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