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ESG-외국에서 배운다]⑤바퀴로 실천하는 지속가능 모빌리티, 미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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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22-0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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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속가능 경영 전략 '비전 2030'...여성 임원 35% 조정 목표

  • 친환경 스타트업과 협업..."2050년 지속 가능 자재 100%로"

  • 세계 첫 타이어 재활용 공장 건설 착수...새로운 모빌리티로

[데일리동방]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항목으로 떠올랐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같은 재무지표로 기업을 평가하던 과거와는 달리 기업이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느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ESG 전담위원회를 만들고 사회공헌 부서를 확장하는 등 ESG 총력 태세에 나서고 있지만 ESG 평가에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 미국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지속가능한 미래에 필요한 ESG 경영 방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좋은 기업으로 일컬어지는 외국 기업들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미쉐린 그룹 로고 [사진=미쉐린]


형제는 오랫동안 프랑스의 한 고무 공장에서 일했다. 어느날 사이클용 타이어를 수리하는 데 너무 번거로움을 느꼈다. 곧장 수리하기 편한 타이어 개발에 나선 형제는 자신들만의 타이어 회사를 설립했다. 1889년, 세계 3대 타이어 회사로 일컬어지는 미쉐린이 탄생한 순간이다. 설립 후 2년 만에 세계 최초로 분리 가능한 공기 타이어를 만들기도 했다. 타이어를 세로로 여러 개 쌓은 모습을 의인화한 미쉐린 캐릭터와 함께 명성이 뻗어 나갔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71개 타이어 생산 시설에서 약 1억 70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한 미쉐린은 타이어 외에 6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음식점이나 여행지를 소개하는 '미쉐린(미슐랭) 가이드'도 그 중 하나다. 1990년대부터 여러 회사를 합병하고 회사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는 미쉐린은 타이어 개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비행기나 우주왕복선과 관련된 첨단 기술 재료들도 개발하고 있다. 이제는 타이어를 넘어 친환경 모빌리티 선도기업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30년까지 여성 임원 비율 35%"...젠더 다양성 강조

미쉐린 그룹은 지난해 지속 가능 경영 전략인 '미쉐린 인 모션(Michelin In Motion)’을 공개했다. 이른바 '비전 2030'으로도 통하는 이 전략은 2030년까지 핵심 사명에 충실하면서 타이어를 넘어 새로운 고부가가치 활동으로 영역을 확장해 그룹의 아이덴티티를 강력하게 변화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플로랑 메네고 미쉐린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지속 가능 경영 전략인 '미쉐린 인 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쉐린]


플로랑 메네고 미쉐린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비전 2030을 이끄는 3대 축을 사람·환경·이익 창출이라고 봤다. 이 세 개의 축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고, 12가지 세부 지표를 설정해 동력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사람 부문의 주요 목표로는 △85% 이상의 직원 만족도 달성 △공장 내 총 사고율(TCIR) 0.5미만을 글로벌 표준으로 설정 △여성 경영진의 비율 35%로 상향 조정 등이 있다.

미쉐린 그룹은 특히 여성 일자리에 관심이 많다. 제품 생산 방식이 변한 만큼 젠더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자동화와 인공 지능(AI)이 반복적이고 물리적인 작업을 대체하고 있지만 감성 지능에 대한 대안은 없는 만큼 젠더 다양성을 개선하면 실질적인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게 그룹의 구상이다. 

많은 여성을 채용하기 위해 미쉐린 그룹은 제조 분야의 작업 환경을 현대화하거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다양성과 포용 관련 교육, 코칭, 멘토링 등을 포함한 교육 과정을 개설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교육 과정을 수료한 여성들에게 입사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새로운 경로를 만든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소재가 46% 포함된 레이싱 타이어 [사진=미쉐린]


여성 임원의 비율도 상향 조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30년 경영진의 35%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미쉐린은 대내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임원이 될 만한 잠재적인 인재에게 교육 기회를 주고 있다. 각 지역별로 이들을 대상으로 전용 코칭 또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룹 내 최고 HR 책임자인 장 클로드 패트 미쉐린 그룹 부사장은 "유럽 중부 같은 특정 지역에서는 생산직 여성이 전체 인원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지리적 격차가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목표를 달성하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라며 "여성이 회사나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제한하지 않도록 하면서 2030년까지의 목표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어 외 새로운 분야 성장...초심으로 돌아가서...미쉐린이 그리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제조 분야에 속해 있는 만큼 미쉐린도 탄소 중립 목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하는 공장을 비롯해 전력 시설 같은 2차 간접 배출 시설에 대해 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50% 이상 줄인다는 목표를 세운 이유다.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목표와 함께 지속 가능한 원자재 사용 비중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10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속 가능한 타이어 소재를 개발하는 친환경 스타트업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타이어 원료 중 하나인 부타디엔을 친환경 바이오매스에서 생산하는 기업(악센스, IFP 에너지 누벨)이나 폐폴리스티렌으로부터 합성고무 생산에 필요한 스티렌을 생산하는 기업(파이로웨이브), 페트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재생 섬유를 생산하는 기업(카비오스) 등이 미쉐린에 협조하고 있다. 덕분에 현재 미쉐린 그룹에서 생산하는 타이어의 약 30%에 달하는 소재가 천연 소재 또는 재활용 소재로 이뤄져 있다.

타이어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인 천연 고무를 사용할 때도 ‘지속 가능한 천연 고무’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생물다양성을 지지하는 액트포네이처(#Act4Nature)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제품의 연구 개발시 원료가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다.

고무나무 재배 자체는 환경에 위협이 되지 않지만 잘못된 농업 관행이 생물 다양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친환경 산업을 지원하고 삼림 벌채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천연 고무를 수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쉐린은 올해 세계 최초 타이어 재활용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2023년부터 재활용 타이어를 생산하고, 이를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참고사진] 미쉐린 업티스 [사진=미쉐린]


제품과 관련해서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에 초점을 두고 있다. 2019년 프로토타입을 공개한 미쉐린의 펑크 방지용 에어리스 타이어 업티스(Uptis)는, 타이어 펑크로 발생하는 제품 및 각종 부산물들의 낭비를 줄일 수 있어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구현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내구 레이스용 '그린 GT 미션 H24' 수소 구동 프로토타입용으로 46%의 지속 가능한 소재가 포함된 레이싱 타이어를 공개했다.

미쉐린은 전기자동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발맞춰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용 친환경 탄소 중립 타이어인 '미쉐린 파일롯 스포츠 EV’를 공개하기도 했다. 엔진 대신 배터리가 탑재돼 있어 무거운 전기차의 특성상 트레드가 빨리 소모된다는 점을 감안해 가속, 제동 및 코너링 시 힘을 고르게 분산해 트레드 수명을 향상시킨 게 특징이다. 

고성능 전기차를 위해 새로운 구조를 적용해 뛰어난 주행 성능과 긴 주행 거리, 강력한 소음 억제 기능을 갖춘 것도 주요 특징이다. 미쉐린은 미쉐린 파일롯 스포츠 EV의 운송 과정에서 완전한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전까지 탄소 억제 기금에 자금을 조달해 완전한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위사모(WISAMO) 프로젝트 [사진=미쉐린]


위사모(WISAMO, Wing Sail Mobility) 프로젝트도 미쉐린이 추구하는 친환경 전략 중 하나다. 2021년 선보인 위사모는 자동화되고 접을 수 있는 팽창식 날개 돛 시스템으로, 해상 운송 선박에 장착하면 연료 소비를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줄여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쉐린 그룹은 앞으로도 친환경 기술과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2050년까지 전체 생산 기반과 물류 운영, 원자재와 부품 공급에 필요한 공급망에서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세운 것도 그런 이유다. 

미쉐린 측은 "그룹의 목표는 다방면으로 모빌리티 진화에 발을 맞추면서도 모빌리티가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라며 "고효율 제품 설계, 차량의 사용과 관리를 최적화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서비스 솔루션 개발, 수소 연료 전지 등 새로운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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