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을 통해 공개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서방과의 외교 협상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고 BBC·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이날 보도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외교적 방법을 통해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라며 협상을 이어나갈 것을 제안했고, 이에 푸틴 대통령은 "좋다"라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의지를 나타낸 확실한 양보 신호라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외교적인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러시아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BBC는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이번 발언이 "러시아가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는 확실한 양보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 역시 세심한 대본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이번 회담에서 나온 이 발언은 러시아가 서방으로부터 외교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를 이용하고 있을 수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즉각적인 군사 행동이 있지는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BBC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과 관련한 문제를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을 이어가는 한 교착 상태는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외교적 해결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긴장이 쉽게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실질적 합의나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긴장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발언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가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가 외교적 과정을 통한 합의를 추구하는 데 관심이 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또한 러시아의 병력 증강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폐쇄하고,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인 르비브로 대사관을 이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가 계속해서 병력을 증강하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대사관을 이전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가 군사 행동을 계속하기로 결정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 역시 이날 MSNBC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더 많은 병력을 파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해) 병력을 사용하고자 할 때, 푸틴 대통령에게는 많은 선택지가 있다"라며 "말해 왔듯이, 침공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10일부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에서 10일간 합동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뉴욕증시 하락의 바통을 이어받은 아시아 시장은 15일 대부분 약세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에 안그래도 민감한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쉽게 떨치지 못했다.
코스피 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2700선이 무너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94포인트(-1.03%) 하락한 2676.54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700선을 밑돈 건 2020년 12월 3일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14.40포인트(0.79%) 하락한 2만6865.19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달 28일 이후 약 2주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토픽스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5.95포인트(0.83%) 내린 1914.70으로 장을 마쳤다. 중화 본토 증시는 올랐지만, 대만 가권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45.86포인트(0.25%) 하락한 1만7951.81로 장을 마감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전날 대비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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