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건설한 우크라이나 남부의 곡물터미널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해 한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세악화가 원유, 원자재 등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면, 경제전반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지에 곡물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을 비롯해, 러시와와 헝가리, 폴란드 등 주변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과 LG, 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현지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이 개최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일부 군 부대의 철수를 발표했으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철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침공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강조하는 등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13일, 우크라이나 여행경보를 최고 수준인 ‘4단계’로 상향,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내국인들에 대해 국외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이날 기준으로 현지에는 한국 기업 주재원과 그 가족 등 약 340명이 체류하고 있다.
■ 종합상사 등 비지니스 차질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세를 두고, 한국의 기업들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지난해 대 러시아 무역규모는 273억달러(약 3억 1480만엔), 대 우크라이나는 9억달러. 무역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2.2%, 0.8%로 크지 않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면 원유・원자재 급등, 현지 기업활동 중단과 같은 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9년 12월, 세계 최대 곡창지대 중 한 곳인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에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곡물터미널을 건설했다. 현지 계열사가 운영하는 동 터미널을 통해 현재 옥수수, 밀 등 연 250만톤의 곡물을 처리・수출하고 있다. 다만 터미널이 위치한 곳은 긴장감이 고조된 동부지역과는 거리가 있는 남부지역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크라이나에 상용차 판매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코퍼레이션(구 현대종합상사)도 우크라이나 정세 악화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철도차량을 제조하는 현대로템과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과 컨소시엄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와 하리코프, 도네츠크 등 3대도시를 잇는 철도노선 교환 및 고속화 건설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침공이 현실화되면 동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삼성 등은 상황 예의주시
주변국에 공장 등 해외거점이 있는 기업들도 우크라이나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에 가전공장이 있으며, LG전자도 모스크바 교외에서 TV와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두 회사 모두 러시아 공장의 조업에는 특이사항이 발생하지 않고 있으나,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요에 따라 조치를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업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에 각각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세가 악화되면 육로를 통한 물류망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에서 완성차를 판매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판매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 11월, 가동을 중단한 미국 GM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공장을 인수, 러시아에서 본격적인 생산확대에 돌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생산협회는 러시아 국내 판매전망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세가 전면전으로 비화될 경우 약 29%, 국지전이라도 10%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원자재 공급망도 우려 요소
우크라이나 정세가 심각해지면, 원자재의 공급망에도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그 영향이 심각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 원자재의 주요 생산지. 러시아 침공 등 유사시 미국이 대 러시아 제재를 단행할 경우, 러시아는 반도체 원자재 공급 중단으로 맞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조사회사 테크셋은 이달 1일(현지시간),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대다수가 네온, 팔라듐 등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에 대해 경고했다. 네온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한 2014년에도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하고 있는 네온 중 우크라이나산에 대한 의존도는 2020년 52.5%, 2021년 23.0%. 센서, 반도체 메모리 제조 시 사용되는 팔라듐은 러시아가 생산량 1위다. 러시아에서 한국이 조달하고 있는 팔라듐 비율은 3.4%로 높지 않으나, 가격급등 및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는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국경부근에서 군 부대가 철수하는 것은) 우리에게만 달려있지 않다. 향후 상황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발언했다. 우크라이나 정세를 둘러싼 긴장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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