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특히 여기 광주는 (더불어)민주당이 맡아 놓은 표가 아녀(아냐). 나라 경제 망쳐놨으니 정권교체 해야제(해야지)."
광주 송정매일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박순자씨(가명·64·여)는 혀를 차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계열 후보만 찍었지만 이번 대선은 다르다고 했다.
◆"묻지마 민주당 뽑던 시대 끝났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16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화 성지'로 불리며 민주당의 '집토끼'였던 광주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이 화약고가 됐다.
윤 후보는 지난 16일 광주 유세 발언을 통해 "광주 시민들께서 다른 지역에 다 있는, 영화도 보고 필요한 생필품도 사고 문화공간도 되고 주말이면 청년들도 모이고 하는 복합쇼핑몰을 아주 간절히 바라고 계신다"라며 "이게 뭐 그렇게 어렵나. (복합쇼핑몰) 유치 누가 반대했나. 민주당이 반대해왔죠? 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호응하듯 시장 곳곳에서 만난 광주 상인들은 전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민주당을 찍던 시대는 지났다고 답했다.
올해로 60세가 됐다는 동갑내기 채소가게 상인 부부 최성철씨(가명·남)와 김명희씨(가명·여)는 "서울에 사는 딸이 신혼집을 마련해야 하는데 월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게 생겼다"며 "이 민주당 정권이 부동산을 망쳐놨다. 정권교체가 필요하다. 눈 감고 찍어도 민주당이던 시대는 지났다"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尹 직격한 광주 시민들 "미워도 다시 한번"
반면 여전히 광주는 민주당이라고 답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시장 근처에서 만난 한 시민은 윤 후보의 대통령 자질을 지적하기도 했다.
송정매일시장에서 생닭을 판매하는 최신혜씨(가명·58·여)는 "미워도 일단 이재명 민주당 후보. 민주당을 일단 찍고 봐야 한다. 호남은 아직 민주당"이라고 했다.
신발을 판매하던 김상호씨(가명·72·남)도 "그래도 호남은 민주당을 찍을 것이다. 이번에도 호남은 민주당 지지율이 80% 이상 나올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송정매일시장 앞에서 윤 후보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던 한 시민은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다"라며 "시장, 도지사를 거치며 정무 감각을 키워온 이재명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했다.
두 개로 쪼개진 시장 민심과는 다르게 광주 2030 세대의 민심은 각박했다. 송정매일시장 근처를 지나가던 대학생 이경민씨(가명·23·여)는 "광주라서, 호남이라서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이 짜증 난다"며 "공정을 외치며 출범한 이 정부가 청년들에게 안겨준 건 박탈감뿐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직장인 황민수씨(36·남)도 "예전에는 민주당이 아닌 당을 뽑겠다고 말도 못 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다르다"라며 "동료들과 회식 자리를 가질 때도 '윤석열 뽑겠다'라는 말이 서슴없이 나오는 분위기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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