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수탁업, 은행권 새 수익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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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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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금융경영연 보고서... 작년 말 가상자산 거래액 4300조원

  • 가상자산 투자 수요 확대... 전담조직·법인 설립, 핀테크와 제휴

[사진=로이터‧연합]

기업의 가상자산 투자가 이전보다 늘어나면서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가상자산 수탁업에 진출하고 있다. 전담 조직이나 법인을 구축하거나 핀테크 업체와 제휴해 기관, 기업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국내에서도 꾸준하게 가상자산 거래액이 늘면서 금융회사들이 가상자산 수탁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수탁서비스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회사는 주로 기업·기관투자자 전용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상자산 수탁업이란 암호화폐 지갑의 보안키를 대신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가상자산의 보관뿐만 아니라 거래와 결제, 대여, 세금처리 같은 부가서비스로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개인이나 기업은 수탁 서비스 이용 없이 스스로 지갑 보안키를 관리할 수 있으나, 이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할 위험이 있어 수탁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4300조원에 달한다. 이에 글로벌 투자전문 기업 피델리티와 본토벨, US뱅크는 최근 기업·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가상자산 수탁서비스를 시작했고, 골드만삭스나 도이체방크, 시티그룹 등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연구소는 이 같은 배경의 근거로 기업들의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금융회사들이 수익구조 다변화, 사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금융회사의 경우 인프라, 신뢰도 면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대비 경쟁력이 있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자금세탁 같은 범죄 리스크가 우려되는 거래소 사업과 달리, 수탁업은 고객과 자금출처에 대한 확인이 가능해 자금세탁방지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금융사들의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전담 조직이나 법인을 구축하고 핀테크 업체와 제휴해 기관들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수탁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2018년 자회사 피델리티 디지털에셋을 설립했고, 스탠다드차타드의 벤처캐피털은 미국 자산관리 기업 노던트러스트와 합작법인 ‘조디아 커스터디’를 설립했다. 본토벨의 경우 암호화폐 수탁 스타트업 타우르스와 손잡고 수탁 솔루션을 개발했다. 미국, 스위스같이 규제가 잘 갖춰진 국가를 중심으로 수탁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프라이빗뱅킹이 전문인 BBVA 스위스는 지난해 6월 PB고객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거래, 수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호주 최대 은행 커먼웰스뱅크(CBA)는 올해 650만명의 소매금융 고객을 상대로 암호화폐 거래·수탁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300조원을 넘어섰다. 2026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해 거래대금이 1000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한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면서 국내 금융회사들도 가상자산 수탁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특별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금융회사들이 블록체인 기업과 제휴해 간접적으로 이 시장에 진출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5월 가상자산 투자사 해시드와 블록체인 기술기업 해치랩스와 설립한 합작법인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통해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회사는 고객의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 예치(스테이킹)하고 운용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KODA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클레이를 첫 번째 수탁 대상 자산으로 선정했다.
 
우리은행 또한 지난해 7월 블록체인 기업 코인플러그와 합작법인을 만들고, 가상자산 수탁 사업에 뛰어들었다.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한국디지털자산수탁)과 NH농협은행(카르도)은 관련 기업에 지분을 투자했다. 이들은 현행 은행법상 가상자산 사업에 직접적으로 나설 수 없어 합작법인 설립이나 지분 투자 방식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에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 부서 신설을 요청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관련 법과 제도가 정비되고 있어 가상자산 수탁 사업이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금법 개정 이후 가상자산의 성격과 규제방식, 투자자 보호를 규정하는 업권법이 논의되고 있어 암호화폐의 제도권 수용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은행들은 가상자산 사업 규제 정비 과정을 살펴보고, 기업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탁 사업을 체계화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소는 “국내에서도 해외와 같이 기업·기관 대상의 수탁 비즈니스가 먼저 성장하고, 업권법 제정 이후 개인 대상 거래·수탁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수탁업무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핀테크 등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가상자산 수탁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우선 확보하고, 법인 고객 유치와 수탁 대상 가상자산 범위 확대를 통해 수탁 비즈니스의 성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향후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 동향에 따라 지분 투자 확대나 직접 사업 진출을 통해 기업 대상 수탁 서비스를 적극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사업 확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수탁(개인키 보관·관리)을 기반으로 결제, 정산, 대여, 운용 등 전통적인 자산 커스터디 영역의 적용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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