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자영업자 대상 코로나 대출 만기 상환과 이자 유예 조치가 오는 9월까지 또 한 차례 연장되면서 코로나 청구서가 누적에 누적을 거듭하고 있다. 당장 연체 수준을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식 대출’이 2년 넘도록 지속됨에 따라 금융권 충당금 등을 포함한 잠재 부실에 대한 손실흡수능력 확대 압박 또한 커지는 모양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대상으로 1분기 결산이 이뤄지는 다음달 초 충당금 추가 적립을 주문할 방침이다. 당국이 코로나 금융 지원 '3월 종료' 원칙을 깨고 4차 연장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잠재 부실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해당 리스크와 경제적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선제 대응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한 당국 움직임은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2년도 검사업무 운영계획'에도 명시돼 있다. 금감원은 "가계·기업 대출이 확대되고 금리 인상과 자산 가격 조정이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손실 흡수 능력 제고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조치는 국내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률이 현시점의 위기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충당금 적립 확대 외에도 (겉으로 드러난) 부실채권 규모가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신규 대출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은행 손실흡수능력에 대한 과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당국의 충당금 확대 요구를 두고 난감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대손충당금 적립율을 대거 높여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지만 코로나 대출에 대한 금융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충당금 적립 기준이 되는 손실흡수능력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다.
실제 금감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작년 12월 기준 0.21%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연체율은 2019년 1월 0.45%에서 2019년 12월 0.36%로 하락했고 2020년 12월에는 0.28%로 떨어졌다. 지난해 6월과 9월에는 각각 0.25%, 0.24%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 악화와 부채 누적에 따른 사회적 위기감과는 반대로 대출 연체율은 개선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향후 본격적인 만기 도래와 원금 상환이 시작되면 연체율 급상승이 불가피하리라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출금 만기가 임박했던 자영업자들은 당장 한숨 돌릴 수는 있겠지만 지원 종료와 함께 결국 갚아야 할 빚인 만큼 그에 따른 부실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금융 지원 방식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연장 조치가 ‘회색코뿔소(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가 다가온다’던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경고와 일맥상통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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