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프로젝트 관련 법인의 주주에 한 개인이 등장하는데 그는 이번 프로젝트 수장인 K 전무와 오랜 기간 알던 관계다. 대장동 개발 프로젝트에서 김만배 등 일부 개인들이 화천대유·천화동인을 통해 지분 투자를 한 것과 유사한 모양새다.
그런데 테라팰리스와 아레나팰리스가 매입하기 전 개발사업이 예정된 부지의 매수자(이하 제1매수자)가 이미 있었다. 제 1매수자인 미니멀코어는 2020년 3월 계약을 체결했고 중도금까지 납부했다. 청년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사전 준비 중이었던 미니멀코어는 인허가, 차입 등 협조 과정에서 매도인과 마찰이 생겨 잔금 납입을 연기했다. 매도인이 협조를 미루며 양측 사이에 갈등이 생겨났고, 결국 제 1매수인은 2021년 5월 24일 소유권이전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이후 10일도 안되는 사이 '제 2매수자'가 나타났다. 테라팰리스와 아레나팰리스의 대표이사들이었다. 그들은 2021년 6월 4일 매매계약을 맺었고 '소유권 이전 청구권에 기한 가등기'(일종의 매매예약)를 했다. 양 측이 매매계약에 이른 6월 4일은 5월 24일 제기한 소장이 매도자에게 송달되고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거래에서 특이한 점은 '개인 명의'로 매수에 나선 점이다. 6월 2일 설립된 아레나팰리스와 테라팰리스가 사업자등록을 하고 그 사이 계약을 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제 1매수자가 소송 관련 가처분을 하기 전 제 2매수자가 등기부 상 선순위를 차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만큼 시일이 촉박했다는 의미다.
법적으로 우위를 잡기 위해선 가등기가 필요하다. 이는 양 측 간 매매계약서에도 나타난다. 소유권이전의 순위보전이 어려워지면 계약은 해제되고 계약 이전 상태로 원상회복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또 사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명도의무 역시 이번 계약에서 매도인이 지기로 합의했다. 명도의무가 후순위로 밀릴 셈이다.
부동산 IB 업계 관계자는 "제 1매수자가 소유관이전청구 가처분을 하기 전에 서둘러 가등기를 해야 하는데 매도자에게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계약금 조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 1매수자는 3각 관계에서 '왕따'가 됐다. 달리 말하면 제 2매수자와 매도자가 '왕따'를 만들었다. 지난 5월 13일 BNK그룹 내부에서는 사업수지 타당성 관련 문서가 작성됐는데,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매도자와 사전 접촉은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IB 관계자는 "14필지의 주인이 5명 이상이다 보니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제시한 가격으로 사업수지 타당성을 만든다면 오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BNK그룹은 '용산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송이 있었음에도 금융자문 서비스, 대주로서 브릿지론 파트너 모집 등을 이어가고 있다.
'용산프로젝트'의 해빙홀딩스와 '대장동프로젝트'의 화천대유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주주들은 '대장동 개발 사업'의 대성공으로 거액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은행권 이외에 개인 주주들도 있는데 이들은 김만배 회천대유 최대주주의 지인이 대부분이다. '용산 개발 프로젝트'에도 유사한 모습이 나타난다. 대장동프로젝트에 화천대유가 있었다면 이번 용산프로젝트에는 (주)해빙홀딩스가 있다. 해빙홀딩스는 아레나펠리스와 테라펠리스의 20.4%를 소유한 우선주주다. 해빙홀딩스의 대표는 한 대형회계법인의 전 파트너 회계사다. 오랜 기간 부동산 관련 투자를 자문해온 그는 BNK그룹 용산프로젝트의 수장인 K 전무와 인연이 깊다. K 전무는 한 경제언론사가 주관한 2017년 한국부동산금융대상에서 베스트금융인상을 받았는데 그 당시 심사위원이 이 파트너의 회계사였다.
그는 테라팰리스와 아레나팰리스가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인 6월 1일 본인이 소유한 아파트를 담보(채권최고액 9억6000만원)로 자금을 조달한다. 다음날 해빙홀딩스를 설립한다.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사업 입찰 공고 1주일 전 설립된 것과 유사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화천대유에는 '성남의뜰'이 있지만 이번 건은 특수목적회사(SPC)를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용산 프로젝트'는 통상의 방식과 달리 SPC를 설립하지 않았는데 용산 프로젝트가 시일이 촉박했다는 점도 고려 요소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에 대해 이번 프로젝트의 담당자는 "이번 프로젝트 이외의 다른 시행 프로젝트가 없기에 다른 프로젝트로 우발채무 전이 가능성이 없어 별도의 SPC를 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지부진' BNK지주, 금산분리와 ESG는 어디에?
BNK금융지주는 '용산프로젝트 이중매매'를 알고 있었고 사후적으로 관리 중이다. 하지만 감사와 같은 적극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또 그룹 내부의 보고는 '회수가능성'과 같은 수익성 측면에만 중점을 두고 있었다. '사업의 적법성·타당성' 판단에 '이중매매' 문제 요인은 한 발 물러나 있는 셈이다. 그룹마다 사안을 보는 관점은 다를 수 있다. 다만 L모 해빙홀딩스 대표이사는 기자가 해당 회계법인에 취재 및 확인 요청을 한 2주 뒤에 퇴사한다. 해당 회계법인 측에서는 "정년에 의한 퇴사"라고 설명했지만,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파트너 회계사들이 2월에 퇴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아울러 그는 만 55세에 불과하다.
BNK금융지주는 지속가능금융 실현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이란 비전을 갖고 있다. △책임 있는 성장 △함께하는 성장 △신뢰받는 성장이란 3대 전략방향을 수립했다. 아울러 전 임직원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자율적으로 실천하길 주문한다. △각종 법령, 감독규정 및 내규에 위배되지는 않는가? △윤리강령의 취지에 합당한 것인가? △양심의 가책을 받지는 않는가? △부당한 이익 또는 손해를 보는 사람은 없는가?
또 금산분리법의 도입 취지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업 간 공정경쟁'을 도모하는 목적도 금산분리의 취지 중 하나다. 금융사는 일반 기업보다 자본력이 우수하기에 경쟁에서 근본적으로 우위를 점한다. 특히 미니멀코어 같은 중소형 시행사와 비교한다면 자금 조달원 자체가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미니멀코어 관계자는 "뻔히 이중매매가 되는 상황에서 계약을 한 것은 범죄이고, 여기 금융기관이 개입됐다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부동산 IB 관계자는 "투자를 하면 이중매매가 예상되는 부지를 예전부터 투자를 검토한 점, 프로젝트의 수장과 절친한 파트너가 주주로 참여한 점, 그 주주가 퇴사한 점 등은 BNK지주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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