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은 남성과 서울대 출신인 50대가 주류를 이뤘다. 여성과 청년 등이 배제됐다는 점에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8일 윤 당선인의 인수위는 현판식을 열고 출범했다. 전날엔 7개 분과 간사 등을 포함한 인수위원 24명의 인선을 마무리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제 20대 인수위가 본격적으로 출범한다. 국익과 국민이 모든 국정 과제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24인 중 여성은 오직 4명뿐…45세가 최연소
인수위원 24인의 평균 연령은 57.6세로, 과학기술교육 분과의 남기태 위원이 45세(1977년생)로 가장 어리다. 성비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은 24명 중 4명(16.6%)에 불과하다. 여성은 사회복지문화 분과의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위원인 백경란 교수, 정무사법행정 분과의 박순애 위원과 신용현 인수위 수석대변인 뿐이다.
윤 당선인은 앞서 인수위 구성에 특정 성별이나 지역 안배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인수위 인선 발표 후 취재진에 "국민을 제대로 모시려면 각 분야 최고 경륜과 실력 있는 사람으로 모셔야지,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해서는 국민 통합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통합은 실력 있는 사람을 뽑아 국민을 제대로 모시고 지역 발전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하는 것을 우선 원칙으로 하면서 여러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그것(여성·지역 할당)을 우선으로 하는 국민 통합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여성 위원의 숫자도 부족하지만 인수위 분과에 여성 문제를 전담으로 하는 분과도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 여성문화분과를 조직했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여성 문제를 전담으로 하는 분과를 포함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했던 '청년' 인사도 인수위 인선에서는 제외됐다. 그동안 윤 당선인은 캠프 내에서 20·30세대가 주축을 이룬 청년본부와 대통령 후보 직속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등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인수위에는 청년위원회나 청년 관련 분과 등 별도의 기구가 마련되지 않았다.
문제가 불거지자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인수위에는 청년보좌역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미 당선인 비서실에도 젊은 인재가 상당수 배치되고 있으며, 인수위 또한 실무위원 등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청년정책은 별도 조직이나 의제가 아닌, 국정과제 전반에 걸쳐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성 위원 부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MB·박근혜 인수위 모두 여성 '2명'…계승·발전 없이 계승만
윤 당선인의 이번 인수위 인선은 주로 이명박 정부(MB)와 인연이 있는 정치인들로 꾸려졌다.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MB 시절 청와대에서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냈고, 같은 분과 위원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연설기록비서관을 역임한 경력을 가졌다.
경제 1분과 간사인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 과학기술교육 분과 위원인 김창경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등도 MB 정부 시절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을 지냈다.
외교안보 분과에서도 간사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이 MB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도맡았다.
MB 정부 인수위와 공통점은 또 있다. 부족한 여성 위원의 숫자다. 이명박 정부 구성 당시 인수위에는 여성 위원이 단 두 명이었다. 이경숙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정무 분과 위원인 진수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다. 박근혜 정부 구성 당시 인수위도 여성 위원이 단 두 명이었지만 여성문화분과는 존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우리 국민의힘은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다. 그 정당의 정체성과 정책을 그대로 계속 발전적으로 계승해나가면서 개혁해나가고 있는 정당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정책과 관련된 인물이 등용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거를 가지고서 뭐 재탕, 삼탕 이렇게 비판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이게 전문가 혹은 능력 위주 이렇게 인선이 되다 보면 때로는 이게 뭐 각 계층, 성별, 지역, 전문 영역별 이런 형태로 다 골고루 등용하기 어려운 그런 현실적 한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당의 정체성을 계승만 했을 뿐 발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강조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윤 후보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다. 사회적 약자를 국가가 실질적으로 보호해주면 된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위해 만들어진 여성 할당제 등을 폐지하겠다고 나선 윤 당선인의 젠더 정책에 대한 인식이 인수위 인선에 반영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에 있던 여성 분과가 사라진 점은 그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의민주주의의 3요소를 언급하며 "여성만큼 여성 문제를 잘 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인수위 구성에서 여성 위원의 숫자가 모자란 것은 '책임성' '책임 규정성' '대응성' 중 대응성이 부족한 인선이라는 점에서다.
신 교수는 "대응성 측면에서 (이번 인수위 인선이) 안타깝다. 적어도 3분의 1정도는 인수위에서 여성 위원이 차지했어야 한다고 본다. 3분의 1이라는 기준은 유엔(UN)에서 권고한 의회 내에서의 여성 의원 비율이다. 그 정도는 돼야 여성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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