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 방법은 간단하다. 미지근한 물에 넣고 불린 씨앗을 키친타월을 깐 일회용 도시락 용기에 넣고 빛이 들지 않도록 신문지로 덮어놓은 후 가끔씩 물을 주면, 약 4~5일 차부터 뽑아 먹을 수 있다.
덕분에 그는 격리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고 신선한 야채를 먹을 수 있는 ‘소확행’을 누렸다. 격리 중 무순을 키워 비빔밥, 라면 등에 올려서 건강식을 즐겼다는 한국인들도 꽤 많았다.
'풀멍'에 '채소의 자유'까지 꿈꾼다
그들은 최근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속 격리가 일상화되면서 유행처럼 번지는 ‘양타이중차이(陽臺種菜)’를 미리 체험해본 셈이다. 베란다를 뜻하는 ‘양타이’와 채소재배를 뜻하는 ‘중차이’를 합친 말로 집 베란다에서 야채를 키운다는 뜻이다.중국인들은 과거 관상용 식물을 키우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엔 텃밭을 집안으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집안에서 채소가 자라는 걸 보면서 '풀멍'을 즐기고, 최근 물가 상승세 속 식비도 절감할 수 있어서 인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스씨는 최근 5.9㎡ 발코니에서 텃밭 가꾸기에 재미를 붙였다. 토마토·상추·딸기부터 고수·바질까지 키우는 작물도 다양하다.
상하이 내 코로나19 감염세 확산 속 하루 10시간 이상씩 근무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텃밭을 돌보는 걸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야채가 자라는 걸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진정이 된다”며 “온 가족이 먹기엔 부족한 양이지만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전에 사는 중류(32)씨도 마찬가지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그는 베란다에서 채소는 물론, 복숭아·자두·패션후르츠·포도 등 과일도 재배한다.
2020년 2월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할 당시부터 채소를 가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확진자가 나와서 동네가 봉쇄됐는데, 채소 사러 나가기가 불편하기도 하고 격리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마트에서 구입한 시금치와 마늘을 처음 화분에 심으면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SCMP를 통해 "'채소·과일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자유'까진 아니더라도, 전원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말했다.
중국 소셜커뮤니티 사이트 더우반(豆瓣)에는 '양타이중차이’란 주제로 스씨와 중씨처럼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한 글이 1400여개에 달한다. 1000만명이 열람했을 정도로 관심도 뜨겁다.
"봄·여름엔 부추·토마토·호박·오이를, 가을·겨울엔 브로콜리·갓·케일을 수확하세요", "시금치나 래디시는 재배 주기가 짧아 반달만 키우면 금방 먹을 수 있어요", "파나 공심채 등은 계속 따먹을 수 있는 데다가,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고 물만 제때 주면 딱히 손 갈 일이 없어 쉬워요" 등과 같은 노하우도 서로 공유한다.
특히 과거와 달리 텃밭 가꾸기가 은퇴 노인들의 전유물이 아닌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달 초 중국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가 발표한 '2022 베란다 채소재배 보고서'를 보면 양타이중차이 인구의 60%는 1995년 이후에 태어난 '95허우(後)'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생강·마늘을 재배하는 초짜 '식린이'부터 더우자오(豆角, 그린빈스)나 수세미 등 덩쿨식물, 체리·배나무를 키우는 고수까지 내공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삽·호미는 기본···'스마트 재배기' 판매량도 3배↑
'2022 베란다 채소재배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타오바오 티몰에서 야채 종자 판매량은 폭증했다. 종자 구매자는 3년 연속 100% 이상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올봄(2022년 1~3월) 가장 많이 팔린 씨앗은 고수였다. 부추, 수박, 고추, 토마토, 래디시, 비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올봄 고수는 역대 1위였던 부추를 제치고 가장 많이 팔렸다. 동네 베란다마다 '고수향'이 풍겨나온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씨앗과 함께 재배에 필요한 거름이나 각종 농기구 설비 등도 불티나게 팔린다. 타오바오에 따르면 유기농 흙, 삽·호미, 물뿌리개, 화분 등의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봄엔 '신식 농기구'가 인기를 끌었는데, 식물줄기가 넘어지지 않게 도와주는 원예용 결속기(绑枝机)와 병해충 잡는 끈끈이트랩(粘虫板) 판매량이 각각 89%, 52.7% 증가했다.
최근엔 간편하게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 재배기'도 주목받고 있다. 흙도 필요 없이 물만 있으면 수경 재배로 수확이 가능하고, 조명과 물 순환펌프를 갖춰 식물 생장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해 간편하게 재배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심지어 와이파이가 연결돼 밖에서 원격으로 조종이 가능해 오랜 기간 집을 비워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격은 수백 위안부터 수천 위안까지 천차만별인데, 올봄 타오바오몰에서 스마트재배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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