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이면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시작된다. 4월 초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1기 내각의 장관 인사가 발표되었지만 논란과 의혹으로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단연 국민 여론의 중심에 올라 서 있는 인물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다. 윤 당선인과 ‘40년 지기’로 설명되면서 일반적인 인사보다 더 많은 관심과 주목을 끌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지명된 직후부터 각종 논란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윤 당선인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정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과 논란의 내용은 무엇인가. 우선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아들의 병역 신체 검사,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 여성 폄하가 담긴 칼럼 게재, 새마을금고 이사장 겸직, 아들 논문 부정 게재, 자녀 경북대병원 봉사 활동, 병원장 시절 출장 명목의 해외 친목 모임, 경북 구미시 농지법 위반 등 10여 가지에 이른다. 논란과 의혹의 가짓수가 워낙 많다 보니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알기조차 쉽지 않다.
정 후보자 측은 시종일관 거론되는 의혹은 단순히 의혹일 뿐이지 불법인 내용은 전혀 없다면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논란과 의혹은 명명백백히 검증되고 평가받아야 할 사안이지만 정 후보자의 답변 태도와 내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까지 나타나고 있다. 설사 후보자 스스로는 억울하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궁금증과 의구심에 대해서 겸손하고 성실하게 답변하면 될 일이지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일 일은 아니다.
정작 국민 여론은 정 후보자의 논란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를 받아 지난 19~20일 실시한 조사(22일 공표,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정 후보자를 둘러싸고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지명을 철회하거나 자진 사퇴’가 53%로 가장 높았다. ‘임명에 문제가 있을 만한 사안은 아니다’는 응답은 불과 17.3%에 그쳤다. 국민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인사 청문회까지 버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왜 정 후보자에 대해 민심은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3가지 ‘공정, 자녀, 입시(공자입)’ 때문이다. 먼저 ‘공정’은 윤석열 당선인이 가장 강조하는 대목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충돌로 당시 윤 검찰총장이 대립각에 서 있을 때 지지층이 가장 크게 주목한 부분은 윤 당선인이 강조한 공정이었다.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국민의 다수 판단이 윤 당선인을 오늘에 이르게 한 원동력이었다.
둘째는 ‘자녀’ 문제다. 우리 국민들은 다른 건 몰라도 자녀와 관련된 이슈는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게다가 다름 아닌 ‘입시’ 관련이다. 정 후보자는 두 자녀가 편입학에 성공한 학교의 병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장관 자리는 전문성만 중요한 자리가 결코 아니다. 윤 당선인이 강조하는 전문성만 따지고 볼 때 이번 인사가 완벽한 인사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 어벤저스급으로 국민들이 호응하고 기립 박수를 받을 인선이라고 판단하는 것일까.
인사가 만사라고 할 만큼 인사는 참 어려운 일이다. 최고의 전문가를 찾아내고 도덕성과 리더십까지 갖춘 인물을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찾고 또 찾아야 하는 이유는 정치 세력이나 지도자 개인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여서다.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역임했던 공직 인사의 최고 권위자였던 고 김광웅 교수가 정호영 후보자 논란을 본다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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