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복귀가 두렵다] "쌓인 재고만 수백만장" 엔데믹에 中企 마스크 업체 줄폐업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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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2-05-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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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마스크를 벗고 이동하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 충남 천안에 위치한 마스크 생산업체 A사는 최근 6개월째 공장 가동을 멈췄다. 마스크 생산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마스크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쌓인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가격도 낮춰 봤지만 급감한 마스크 단가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A업체 사장 김모씨는 “이미 작년부터 마스크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수요가 줄어들어 몇 개월 전에 생산한 재고인 마스크 300만장이 공장에 쌓여 있다”면서 “재고를 처리하고 폐업하기 위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기부에도 나서봤지만 받아 가겠다는 곳이 한 곳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중소 마스크 제조업체가 휘청이고 있다. 마스크 공급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정부가 이달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결정해 마스크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그나마 자금력을 갖춘 중견 마스크 업체들은 마스크를 대체할 차기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지만 중소 업체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국내 마스크 산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마스크 생산 업체들이 이미 수요량 대비 2~3배에 달하는 물량을 생산하면서 수년치 재고가 쌓여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 1월 137곳이었던 마스크 제조업체는 2022년 4월 현재 1683곳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식약처가 허가한 마스크 품목도 같은 기간 1012가지에서 8554가지로 늘었다. 이는 코로나 초창기인 2020년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정부가 통상 8개월 걸리던 마스크 제조업체 설립 허가를 1~2주로 간소화했기 때문이다.

마스크 업체 증가는 마스크 가격 급감을 초래했다. 시중에 물량이 대량 풀리면서 장당 800원하던 마스크 소매가격은 현재 300원대까지 떨어졌다. 제조업체와 판매업자 간 거래하는 도매가격은 150원까지 떨어져 최대 100배 이상 하락했다.

경기 파주 소재 B업체는 마스크 생산량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C업체 사장 이모씨는 “경기 일대 규모가 비슷한 중소 마스크 생산업체 80~90%는 작년부터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며 “억대로 들여온 마스크 제조설비 장치들도 현재 5000만원대까지 떨어져 이래도 저래도 빚더미를 떠안게 되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기 포천 소재 C업체는 지난달부터 마스크 생산을 중단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재고가 쌓이지 않게 하기 위해 설비 가동을 조절하다 보니 계속해서 생산량이 줄고 있다”면서 “재고량이 많진 않지만 마스크 착용 의무화까지 풀리니 올해까지 다 처리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면 폐업하는 중소 마스크 생산 업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급하게 사업에 뛰어든 마스크 업체들은 결국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줄도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대기업 등 막강한 자본금을 갖춘 업체들까지 스타 마케팅을 통해 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 중소형 업체들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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