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주가가 2거래일 만에 10% 가까이 올랐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차기 정부에서는 전기요금을 산정할 때 원가주의를 지키겠다고 발표한 덕분이다. 최근 수년간 한전 주가를 짓누른 이슈가 전기요금이었다는 점에서 주가가 반등한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증권가는 아직 갈증이 해소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적자 폭이 워낙 심각해 전기요금 관련 정책 방향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기 전에는 한전 수익성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한전 주가는 전날보다 8.55% 오른 2만2850원을 기록했다. 한전 주가가 8% 이상 오른 것은 2020년 12월 17일 이후 처음이다. 29일에도 한전은 1% 넘게 오르며 상승세로 마감했다.
주가 급등 이유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다. 28일 김기흥 인수위 대변인은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중점 과제를 발표하며 원가주의 요금 원칙을 밝혔다. 원가주의 요금 원칙은 전기 생산에 필요한 연료비의 변동분 등을 요금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법적으로는 이미 전기요금에 원가는 반영되는 것이 원칙이긴 하다. 이번 정부에서 연료 구매 비용을 3개월마다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전기 원가는 대부분 석탄과 천연가스 등 연료비다. 이런 에너지 관련 비용 증가가 발생하는 시기는 물가도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매번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물가 상승을 우려해 연료비 연동제 시행을 유보했다.
한전은 전기를 발전자회사 등에서 사서 이를 기업이나 민간에 판매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적자를 피하려면 매출이 매출 원가보다 많이 나와야 한다.
한전이 발표하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력 구입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162.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0.8원보다 78.9% 올랐다. 하지만 판매단가는 ㎾h당 115.2원으로 전년에 비해 2.3% 올리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월 전력을 구입하는 데에는 7조5836억원을 쓰고 이를 5조4767억원에 팔았다. 전력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 한 달간 손해만 2조원 넘게 발생한 것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한전이 올해 1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5조~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지난 수년간 한전 주가가 약세를 기록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짓누르는 사이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전에 대한 지분율도 크게 줄이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정부 발표를 두고도 금융투자업계는 불안한 전망을 쉽게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인수위는 '전기요금이 너무 급하게 오를 때는 물가 인상 압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며 "이는 사실상 현 전기요금 결정 체계와 원칙적인 방향성은 같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요금 인상에 있어서 가장 큰 제약 요인이 되는 물가가 여전히 주된 고려 사항이고 구체적인 원가 전가 방식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 인상이 충분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요금 인상을 위한 단기적·구체적인 계획안은 없이 큰 방향성만을 언급한 것"이라며 "여전히 2023년까지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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