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잔액이 8조원 넘게 증발하면서 시중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공세가 저원가성 예금 이탈의 핵심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데, 2분기 저원가성 예금 유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저원가성 예금 잔액은 3월 대비 8조1138억원 감소했다. 통상적으로 증시·부동산 자산시장 변동성이 지속되면 늘어나야 하는 대기성 자금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 중에서도 4월 MMDA(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5조4193억원 줄었다.
저원가성 예금은 요구불예금과 MMDA가 포함되는데 은행 수익성과 직결된다. 그래서 '핵심 예금'으로 불리기도 한다. 예금 금리는 연 0.1% 내외 수준으로 사실상 이자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은행으로서는 운용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예대마진을 더 많이 낼 수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원가 절감 효과를 누려 저원가성 예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대로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 수익성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이 지속적으로 저원가성 예금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올해 1분기 리딩뱅크를 사수한 KB국민은행은 요구불예금을 최대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전체 원화 예수금 중 핵심 예금 비중은 1분기 52.81%를 나타냈다. 이런 구조는 순이자마진(NIM) 상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서영호 KB금융 전무(CFO)는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절대금리 상승은 핵심 예금뿐 아니라 대손충당금이나 자본금을 충실히 가진 금융회사에는 NIM을 상승시키는 큰 원천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서 전무는 지난 2월 IR 때도 "KB는 요구불예금 규모가 타행 대비 우수한 편"이라며 "자기자본의 절대 규모와 대손충당금 커버리지 비율이 크기 때문에 금리 수준이 올라갈수록 요구불예금이 많은 KB가 유리한 상황이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분기부터는 저원가성 예금 상승세가 더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중은행들 간 유치전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으로 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제2금융권과 인터넷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면서다.
특히 업계에선 수시입출금식 통장에 연 2% 금리를 내세운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공세가 저원가성 예금 이탈의 핵심 이유로 꼽히고 있다. 토스뱅크는 연 2%대 수시입출금식 예금을 출시한 지 6개월 만에 17조원을 끌어모은 바 있다. '일 복리' 혜택을 제공하는 '지금 이자받기' 서비스는 출시 한 달 만에 상시 이용 고객 100만명을 넘겼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에 따르면 2월 말 상호금융권 수신 잔액은 430조9834억원으로 지난해 말 427조3100억원보다 3조6734억원 증가했다.
실제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는 저원가성 예금 감소 우려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담당 부사장은 "향후 금리가 상승하면 핵심적인 저원가성 예금 증가세가 조금 더 주춤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영업점에서 월활성이용자수(MAU)를 늘리라든가, 핵심 예금 활동 고객 증가를 주문하는 등 장기적 기반 예금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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