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행정장관에 당선된 존 리(왼쪽) 전 정무장관이 현직인 캐리 람 행정장관을 만나고 있다. =9일, 행정장관 판공실 (사진=홍콩 정부 제공)]
홍콩에서는 8일 실시된 차기 행정장관 선거 결과 전 정무장관인 존 리(李家超) 후보가 당선됐다. 리 후보 한 명만 출마한 이번 행정장관 선거는 신임투표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총 1500명의 선거위원 중 90%가 넘는 1416명의 신임표를 획득했다. 리 당선자는 홍콩경찰 출신으로, 보안국장이던 2019년에는 반정부운동에 강경한 태도로 임했다. 공안통 출신이 행정장관에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 7월 1일에 취임한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일반시민은 직접 참여할 수 없다. 이른바 시민을 대표하는 선거위원의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이번 선거에는 결원을 제외한 선거위원 1461명 중 1428명이 참가했으며, 이 중 약 99%가 신임표를 투표했다. 불신임은 8표, 기권은 4표였다.
당선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리 당선자는 출마 직후부터 표방해 온 “결과를 내는 시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조직의 통치 강화를 통해 시정 효율화를 도모하고, “시민들이 안고 있는 문제해결이 최우선”이라며 공약으로 제시한 주거환경 개선 등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행정장관 선거는 당초 3월 27일에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선거일이 연기됐다. 리 당선자는 역대 행정장관에 비해 취임까지 준비기간이 짧아 정무, 재정, 사법 등 장관을 비롯해 행정회의(행정장관의 자문기관으로 사실상의 각의에 해당) 멤버 인선, 이른바 ‘조각’작업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
리 당선자는 “경험, 능력, 열의가 있는 사람을 넓게 등용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현직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선거 후 성명을 통해, 남은 기간 정권 인수작업에 “모든 지원을 전력을 다해 제공할 것”이라는 뜻을 표명했다.
■ 중국 중앙, “홍콩의 특색있는 민주”
지난해 선거제도 변경으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파는 완전히 배제됐다. 중국 국무원(중앙정부)에서 홍콩 정책을 담당하는 국무원 홍콩 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선거 후 성명을 통해, “신 선거제도는 ‘일국양제’ 원칙에 합치되고, 홍콩의 실정에 맞는 좋은 제도라는 점이 증명됐다”고 강조했으며, 신임표가 99% 이상 나온 결과에 대해서도 “홍콩 사회가 리 당선인을 높게 평가한 결과”, “홍콩 사회는 단결을 보여줬다”라며 변경된 선거제도 하에서 치러진 이번 결과를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정부 주홍콩연락판공실도 이번 선거는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 원칙을 관철했으며, 신 선거제도의 “진보성과 우위성”을 나타냈다고 평가, “홍콩의 특색있는 민주를 발전시키는 성공적 실천이 됐다”고 총괄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관지인 인민일보는 9일자 1면 논평기사를 통해, 이전 선거는 “반중난항 분자”의 간섭을 받아 “홍콩의 정상적인 정치질서가 파괴”되었으며, 민주파를 배제한 이번 선거는 “홍콩의 장기간에 걸친 번영과 안정을 지키는데 있어 큰 의의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 경찰 서열 2위에서 출세
리 당선자는 캐리 람 정권에서 서열 2위인 정무장관을 맡고 있었다. 람 장관이 지난달 4일, “가정을 우선하고 싶다”며 재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이틀 뒤인 6일 출마의향을 표명했으며, 정무장관을 사임한 9일 정식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선거 초기부터 중국 중앙은 주홍콩연락판공실을 통해 리 당선자를 유일 후보로 내세운다는 방침을 선거위원들에게 전달, 대항마 출마는 사실상 봉쇄됐다.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위원 188명 이상의 추천이 필요하나, 리 당선인은 후보등록 시점에 이미 과반수인 786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당선이 확실시됐다.
1957년에 출생한 리 당선인은 올해 64세. 영국 통치 시대인 1977년 홍콩 경찰에 입문했다. 2010년에는 서열 2위인 경무처 부처장까지 승진했으나 서열 1위인 처장에 오르는 데는 실패, 경찰관료 경력도 끝났다고 평가됐다. 그러나 2012년 9월 렁춘잉(梁振英) 당시 행정장관이 보안 부국장으로 발탁, 재차 출세의 길이 열렸다.
2017년 7월 캐리 람 정권 출범과 함께 경찰 등 치안부문을 총괄하는 보안국장으로 승격했다. 2019년 반정부운동에 대한 강경한 대처와 국가보안법을 적극 활용해 반정부파와 민주파를 잇따라 검거하는 등의 공적을 중앙이 높게 평가, 지난해 6월에는 정무장관에 기용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