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영업자 울리는 무전취식…"처벌 너무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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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기자
입력 2022-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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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전취식은 경범죄…최대 10만원 벌금

  • 처벌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 많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달 18일 저녁 시민들이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밤늦게까지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밥·술·안주를 먹고 도망가는, 이른바 '먹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범죄인 무전취식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적지 않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무전취식·무임승차 신고 건수는 총 17만여건에 달한다. 신고하지 않은 사례는 집계되지 않아 실제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무전취식 사건이 잇따르자 자영업자들은 무전취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전취식은 경범죄처벌법에 해당해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따르면 무전취식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혹은 구류·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

다만 음식값을 지불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알리지 않거나 무전취식에 따른 피해 금액이 크고 상습 또는 고의적일 경우에만 사기죄가 적용된다.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한 호프집에서 2만원 상당의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고 떠난 50대 커플의 CCTV 속 모습[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실제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엔 무전취식한 범인을 찾아달라는 자영업자들의 글이 자주 올라온다.
 
최근 서울 도봉경찰서는 50대 남녀를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27일 도봉구 한 호프집에서 2만원 상당의 식사를 한 뒤 계산하지 않고 도망간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두 사람이 마시던 술병에서 지문을 채취해 피의자를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해당 호프집 사장 A씨가 지난 1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술집 운영하는 호프집 사장입니다. 아직도 먹튀하는 인간들이 있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50대 커플은 술과 노가리를 주문한 뒤 돈을 지불하지 않은 채 식당을 떠났다. A씨는 “폐쇄회로(CC)TV를 영상을 돌려본 결과, 커플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속삭인 다음 여성이 먼저 소지품을 챙겨 식당을 나갔다”며 “이후 남자가 재킷을 입고 아르바이트생 옆을 지나가면서 ‘화장실 비밀번호가 뭐였더라’라고 혼잣말을 하며 지나갔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 횟집에서 음식을 먹고 그대로 달아난 남성 2명의 모습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또 부산에서는 해운대의 한 식당에서 남성 2명이 음식만 먹은 채 계산하지 않고 달아났으나 인터넷 상으로 얼굴이 공개되자 식당에 찾아가 용서를 구한 사건도 발생했다.
 
해운대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B씨는 10일 CCTV영상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B씨는 “계획적인 먹튀 사건을 당했다”며 “영상에 나온 사람을 아시거나,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주시는 분에게 백화점상품권 10만원 상당을 사례하겠다”고 약속했다. B씨의 신고를 받은 해운대경찰서도 CCTV영상을 토대로 이들을 추적했다.
 
‘먹튀’ 범인들은 인터넷상에 자신들의 얼굴이 공개되고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10일 오후 횟집으로 찾아와 용서를 구했다. B씨는 11일 ‘해운대 먹튀사건 후기’라고 쓴 글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횟집으로 찾아와 용서를 구했다”며 “오랜 시간 생각과 고민 끝에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용서해줬다”며 후기를 전했다.
 
지난 2일엔 서울 홍대 인근 술집에서 여성 3명이 음식값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연도 가게 주인이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려 공론화됐다. 주인 C씨는 “저녁 식사를 하며 꽤 오래 있어 서비스로 황도와 먹태를 챙겨줬다”며 “저와 아르바이트생이 쇼케이스 냉장고를 정리하는 사이 가방을 챙겨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이 벌써 두 번째 ‘먹튀’ 피해라고 밝혔다. C씨는 “지난 11월에도 40대 여성 3분에게 비슷한 수법으로 당했다”며 “혹시나 같은 사람인가 대조해봤는데 같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무전취식으로 피해를 본 횟집 사장 B씨는 커뮤니티에 쓴 글을 통해 “오늘의 범죄를 처벌하지 않으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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