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인구문제 해소를 위한 다양한 지원금과 정책 쏟아져
2021년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2022년 예산안에는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 52조6000억원이 포함됐다. 인프라 구축 , 뉴딜 등 개발사업과 별도로 지자체의 거점 지역 선정과 투자, 금융, 규제 패키지 지원 등을 목적으로 '지방 소멸 대응 특별양여금'을 새로 만들었다. 예산은 올해 행정안전부를 통해 전국 89개 인구 감소 지역을 중심으로 연 1조원의 예산을 10년간 투입해 해결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과거 200조원 안팎을 지출했지만 효과가 없었던 출산 장려 정책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해온 정책을 잘 이어받아 펼치고 이번 정부에서 새롭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정책을 만들어 운영한다면 정책과 예산 그리고 의지가 잘 맞물려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는 성공적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정책 추진을 통해 ‘인구문제’가 해소된 사례가 없을까?
1970년대 인구 과밀 지역이었던 서울 강북 시민들을 강남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강북 명문고를 강남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추진하였고 결과는 딱 들어맞았다. 서울시에 있는 총 11개 학군 중 용산구·종로구·중구가 속해 있는 5학군의 일부 학교를 강남구·서초구가 있는 8학군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특히 종로구에 있었던 경기고를 강남구 삼성동으로 이전하는 계획은 1976년 경기고 동문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전을 과감히 단행했다. 아울러 휘문고 등 우수한 학교들이 허허벌판이었던 강남으로 모였다. 이후 인구 이동이라는 성공적인 결과와 함께 '강남 8학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교육의 메카가 되었다. 이는 1973년 ‘고교평준화’ 이후에 일어난 일인 만큼 교육정책 관점에서 ‘인구문제’와 ‘지방 소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왜 그 당시 수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고교평준화’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남 8학군’으로 보냈거나 보내길 희망했을까? 필자는 이를 ‘효율성’ 그리고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다.
'명문고' 혜택 '기대심리' 작용
1970년대 당시 명문고가 가져다 주는 혜택은 ‘학연’이었다고 본다. 평준화가 되었어도 명문고는 동문이 탄탄하여 졸업 이후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시 강남이 황무지에 가까웠어도 이사를 하여 자녀를 좋은 학교로 보내겠다는 부모의 맹모삼천지교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수요’와 ‘공급’ 에 의한 현상
이후 '수요자'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됐다. 목적이 분명한 수요자 확보를 위해 학교 성적을 잘 받게 해주는 기술을 무기로 하는 수많은 사교육 기관인 '공급자'가 대치동 중심으로 생겨난 것이다. 사교육 기관은 공교육 기관과 달리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확산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확대되면 치킨게임으로 넘어가 가격 인하가 이루어져야 하나 사교육 시장에서는 우수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비싼 비용을 받으며 사교육 시장을 독식하는 독특한 현상으로 번지며 ‘명문고’ 혜택에 ‘사교육 인프라’ 구축까지 더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이주하고 싶게 만들었다.
공급과 수요의 특징은 주택 시장으로 확장된다. 강남·서초를 중심으로 하는 8학군 지역은 근원적으로 다양한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공급량에 비해 수요자가 증가하면서 ‘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마지막 혜택이 더해지게 되었다.
현재도 당시처럼 다시 높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강남 8학군으로 이주 하고 싶어한다. ‘명문고 혜택' ‘사교육 인프라 활용’ ‘집값 상승’이라는 혜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1970년대와 달리 50년이 지난 지금의 강남 8학군으로 이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기대심리는 이전 명문고 입학을 우선순위로 이주하였던 것에서 조금 변화하여 우수한 교육 인프라 환경 제공을 통한 성장을 바라는 기대심리와 주택 가격 상승 기대에 무게감이 조금 더 쏠려 있을 뿐이다.
‘양질의 교육’을 통해 인구문제 해소 가능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가 교육정책이라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지역재생잠재력지수의 의의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A지역의 출산가능인구 비율이 0.5인데 두 아이 이상 낳은 비율이 1이라면 해당 지수는 2가 된다. 즉 인구가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별 인구 증가 가능성에 해당하는 잠재력을 지수로 환산한 개념이다.
결과는 2가지가 나왔다. 첫 번째, 도심지에 비해 지방은 출산율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을 포함한 도심지는 지수가 1미만이었고, 전라도와 경상북도가 1.2 이상으로 가장 높다. 2 이상인 지역 중 시도는 없지만 산청군 군위군 등 군 지역 중심이었다. 이는 농촌 지역의 가임기 여성이 도시보다 수적으로 적으나 도시보다 많은 자녀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출산율 잠재력이 있지만 출산 이후 자녀의 교육 환경 문제로 인해 학령기 아동의 이탈자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도시보다 농촌 지역이 출산 잠재력이 2배 이상 높지만 ‘교육 환경’ 부족으로 인해 자녀가 학령기에 접어들면 도시로 이탈한다는 것이다. ‘양질의 교육 환경' 인프라가 구축되면 출산율은 높아지고 이탈자도 줄어들어 인구는 증가하고, 지방 소멸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바라본 것이다.
정책 방향을 ‘기대심리’와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이행해야 한다
효율성을 기대하는 기대심리는 출산이나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이 가지는 당연한 감정이다. 전국 89개 인구 감소 지역 인구수에서 초·중·고 학생 수는 평균 8% 내외다. 최고 지역은 안동시로 12.1%, 최저 지역은 4.6%인 군위군이다.
지역별 평균 8% 내외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모의 기대심리를 충족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친다면 어떨까. 경제적인 비용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는 사교육비가 없고, 학교생활을 통해 밝게 성장하며, 이러한 과정에 전인교육이 중심에 포함되지만 실제 기대하는 우수한 대학을 진학하거나 진로를 찾는 실용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면 효과성은 배가되지 않을까.
수요와 공급에 의해 주택 가격에 변동이 있을 수도 있고, 사교육 인프라 확장이라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바라보는 견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은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다.
하나씩 해결해야 하는 우선순위라는것이 있다. 엇그제 윤석열 대통령은 첫 시정연설에서 ‘교육 개혁’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교육정책은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현시점에서 직면한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우선순위 문제를 해소하는 신호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필진 주요 약력
▷런던대 경제학과 졸업 ▷강남구 국민의힘 교육특보 ▷강남구 국민의힘 교육정책분석 위원 ▷(주)영잘국&북테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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