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을 열어 비확산 규범을 준수하면서 원전 산업·기술을 선도하고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원자력이 탄소제로(중립) 전략의 핵심이자 청정에너지 경제, 글로벌 에너지안보 증진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수출 진흥은 물론이고 역량개발 수단도 공동으로 사용해 '회복력 있는 원자력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 에너지 전략에서 재생에너지를 주전력으로 삼고 원전은 2080년까지 점진적으로 퇴출하는 정책을 폈다. 이에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까지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던 국내 원전업계는 지난 5년간 투자나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에서 퇴보하게 됐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날 한미 양국은 우선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판매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등 주요 기기를 일체화한 규모 300MW 이하의 소규모 원전으로 비용과 안전성 측면에서 차세대 원전으로 꼽힌다.
양국은 미국 주도의 제3국 SMR 역량 강화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고 기업 간 협력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양국 기업 간 투자 상황을 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GS에너지, 삼성물산 등이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국의 뉴스케일파워에, SK가 미국 테라파워에 각각 투자하는 등 상호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양국은 또 '한미 원전 기술 이전 및 수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제3국의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 방안도 구체화할 예정이다.
또한 양국은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HLBC)를 재가동해 원자력 제반 분야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HLBC는 2018년 8월 2차 전체회의 개최 이후 현재까지 개최되지 않고 있다.
한미 양국이 이처럼 원전 협력을 위해 손을 잡기로 한 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각국의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서 원전의 중요성이 부각된 점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또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 원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이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세계에서 오는 2027년까지 건설하기로 한 원자로 50개 중 중국이 15개, 러시아가 12개를 수주해 세계 1·2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합의가 원전 정책 재설계에 힘을 실어주는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다.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정책 폐기와 함께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속히 민관 공동의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구성해 가동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새 정부 원전 정책의 상징성이 있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건설 재개를 위해서는 에너지 관련 상위계획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다시 반영해야 하고, 이후 인허가를 받으려면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단기간에 재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4월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착공 시점을 오는 2025년 상반기로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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