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의 변신] 저출산 고령화에 슬림해지는 종신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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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2-05-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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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암 보장부터 상속세 재원 마련 가능 상품 출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 높은 보험료에 생명보험사의 주 수입원이었던 종신보험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높은 해지율과 보험가입자의 선호도가 떨어진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에 과거 납부한 보험료까지 환급해주거나 치매와 암 등 다양한 보장을 추가한 종신보험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 종신보험 유병자 가입 가능·건강보장 상품 줄이어

30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KDB생명, 푸본현대생명 등이 보장성을 강화한 종신보험을 출시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과거 병력이 있어도 가입이 가능한 ‘간편 건강종신보험 대장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고객이 유병자라도 다음 3가지 항목에 해당하지 않으면 가입이 가능하다. 가입 요건은 △최근 3개월 내 진찰이나 검사를 통한 입원·수술·재검사에 대한 필요 소견 △2년 내 입원, 수술 이력 △5년 내 암, 간경화, 투석 중인 만성신장질환, 파킨슨병, 루게릭병으로 인한 진단·입원·수술 이력 등이다.

가입연령은 최소 30세부터 최대 60세로 성별 및 납입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또 이 상품은 주보험 가입만으로 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을 포함한 12개 질병과 LTC(Long Term Care, 장기요양상태) 1·2등급 상태 등 총 13개 주요 보장을 종신까지 보장한다. 단, 1년 이내 진단 시 가입금액의 80%만 지급하나 중대한 화상 및 재해로 인한 장기요양상태는 130%까지 보장한다.

KDB생명은 보험 본연의 목적인 사망 보장에 충실하면서 저렴한 보험료 설계와 유병자 가입이 가능한 (무)우리가바라던 간편종신보험을 내놨다. 이 상품은 고객의 수요에 따라 저렴한 보험료와 보장 금액 플랜, 두 가지 옵션으로 설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본적인 사망 보장을 제공하는 합리적인 가입 금액형 플랜 외에도 가입 금액에 사망 당시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더해 지급하는 기납입P 플러스형을 설계할 수 있어 가입 고객의 상황을 고려한 상품 설계가 가능하다.

또 납입 기간 중 해지 시 해지 환급금이 없고, 납입 기간 후 해지 시 표준형보다 해지 환급금이 적은 대신 표준형보다 보험료가 더 합리적인 해지 환급금 미지급형 선택을 통해 같은 보험료 대비 더 큰 보장도 받을 수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부담 없는 보험료로 상속세 재원 마련이 가능한 (무)변액유니버셜 모두의 상속 종신보험을 내놨다. 이 상품은 오랜 기간 천천히 나눠서 준비할 수 있는 데다 상속인에게 보험금이 현금으로 지급되고, 납입보험료 이상의 사망보험금을 보장받기 때문에 상속세 절세가 가능하다.

농협생명도 같은 날 종신보험의 주요 기능인 사망보장과 납입 완료 시 지급하는 플러스지원금도 가입금액에 따라 최대 5.0%포인트 적립해주는 '더좋아진NH종신보험'을 내놨다. 이 상품은 주계약 사망보험금이 증가하는 특성이 있는 체증형에 가입한다면 가입시점부터 매년 5%씩 최대 100%가 체증해 최대 200% 사망보험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해지환급금 일부지급형을 추가해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해지환급금 일부지급형은 납입기간 내 보험 해지 시 표준형 해지환급금의 50%를 지급해주는 유형이다. 중도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적은 대신 표준형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다. 

농협생명은 월 최대 25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생활비든든NH치매보험(무)'도 출시했다. 중증치매 진단 시 장기요양에 따른 부양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생존 시 매월 250만원의 생활비를 평생 보장받을 수 있다.

한화생명은 고객의 소득 수준과 보장 수요에 맞춰 사망보장을 치매보장으로 바꿀 수 있고, 보장 대상을 가족으로도 변경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평생동행 종신보험 2201'을 선보였다.

추가된 특약 10종 가운데 스마트치매전환의 경우 보험료 납입기간 경과 후 계약자가 주계약 사망보장의 일부를 치매 보장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다. 전환 시 피보험자를 배우자나 자녀로 선택할 수 있다.

◆ 종신보험 판매 급감 대안

이처럼 생보사들이 기존과 다른 종신보험을 잇따라 내놓는 데에는 판매 저조 때문이다.

생보업계에 따르면 3분기까지 생보사의 보장성보험 신계약 매출(수입보험료)은 183조42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조2449억원(10%) 급감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계정 전체 신계약액 감소수치(6.5%)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보장성보험 신계약액 감소는 보장성보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종신보험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종신보험 상품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총 17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납입한 보험료로, 생보업계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의 종신보험 초회보험료는 3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3% 감소했다. 한화생명은 313억원, 교보생명 269억원으로 각각 46.0%와 26.9% 줄었다. 특히 삼성생명의 종신보험 APE(연납화보험료)는 60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530억원 대비 20.2% 감소했다. APE는 모든 납입 형태의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로, 모든 초회보험료를 연납화해 보험사 매출의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다.

보험해지율도 높다. 지난해 생보사들의 13회 차 보험계약 유지율은 82.1%를 기록했다. 이는 손해보험계약 13회 차 유지율 87.1%보다 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생명보험 25회 차 유지율은 64.8%로 급격히 떨어진다. 이 역시 손해보험계약 유지율(71.7%)보다 6.9%포인트 낮다. 

생명보험의 25회 차 평균 유지율이 64.8%라는 의미는 생명보험 가입 후 2년 경과 시점에 가입자의 35%가량이 해지한다는 의미다. 

생보사의 계약유지율이 손보사들을 크게 밑돌고 있는 데는 종신보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생보사들이 주력 상품으로 종신보험을 판매한 만큼, 종신보험의 계약유지율이 하락하면서 동시에 생보사들의 계약유지율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인구 고령화, 혼인 감소 등에 따라 종신보험의 수요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며 "종신보험의 수익성 면에서 생보사가 포기할 수 없는 상품인 만큼, 최근 다양한 종신보험 등장은 보장을 늘리거나 특약을 넣어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생보사들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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