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와 금리인상 압박 등으로 민생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안정에 두고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의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가 있다"며 '경제 위기론'을 피력하기도 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상황인식을 떠나 물가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 너무나 강력하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애그플레이션' 리스크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먹거리 가격 급등이 물가도 밀어올리는 현상을 뜻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서울 도봉구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아 주요 농축산물 수급 및 가격동향을 점검했다. 추 부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주요 곡물 생산국의 수출 제한 조치에 따른 국제 곡물가 급등이 국내로 빠르게 전이되는 가운데 가뭄 피해가 더해지면서 일부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생활물가도 불안하다"고 진단하고 추가 물가대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 지속은 곡물 자급률이 저조한 국내의 경제 및 산업 전반에 걸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가격 전가력이 낮은 영세 사업자(1차 소재 식품 및 음식점)의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②전기요금 등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러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석탄·석유·액화천연가스(LPG) 등 발전 연료비 급등으로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도 불가피하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민생경제 어려움 등을 이유로 공공요금 동결 정책을 폈지만, 대선 직후 공공요금의 고삐가 풀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9.6% 뛰었다.
여기에 한국전력은 이번 달로 예정된 3분기 전기요금 논의 시 정부에 인상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약 23조원 규모로 전망돼 정부 내부에서도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물가상승을 더욱 부추겨 가계의 어려움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심이 깊다.
③IPEF·반중 등 대외 리스크
윤석열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우리의 '최대 교역국' 중국과의 경제마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2016~17년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를 문제삼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등 다양한 형태의 보복조치를 취했고, 그 여파는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미국이 고물가 대응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 장관(사진)은 5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국익을 위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같은 일부 품목에 부과한 관세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일반 가정용품이나 자전거, 기타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철폐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과했던 보복성 고율관세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한국 정부도 보다 유연한 대중관계를 끌고 갈 공간이 생겼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일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통화하고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상호 존중과 협력의 정신 아래 새로운 한·중 협력의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각 급에서 소통·교류를 강화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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