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입법부 공백…역대 원 구성 지연 사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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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기자
입력 2022-06-1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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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사위원장' 배분 대립…국회 전반기 '삐그덕'

  • 과거 1992년 14대 전반기 국회서 '125일' 난항

  • 인사청문회까지 '빨간불'…민생은 뒷전인 국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문제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3일 국회 본관 제2회의장에서 직원들이 회의장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이 2주째 표류하고 있다. 여야가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목표는 신속한 원 구성보다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냐"고 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12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국회의장 선출과 원 구성 협상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을 비판하면서 국회 공전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떠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속히 상임위원회를 구성해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고 시급한 민생 현안을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누구보다 신속한 원 구성과 국회 정상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민주당의 국회 정상화 주장은 국회의장을 우선 선출하자고 고집하는 한 그저 영혼이 없는 책임회피용 주장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 원 구성 합의대로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지 않고는 협상이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을 민주당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 두고 대립…전반기 국회 임기 말부터 '삐그덕'

21대 국회 전반기의 임기는 지난 5월 29일에 종료됐다. 그러나 여야는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 등을 두고 대립하며 임기 막바지까지 원 구성 논의를 결론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21대 국회 후반기가 시작됐지만 국회는 '개점 휴업' 상태가 됐다. 국회의장단과 상임위 위원들이 없는 '공백' 국회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원 공백 상태가 되면 국회는 대부분의 기능이 멈춘다. 현재 국회는 장관 등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를 남겨놓고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여야는 법사위원장직을 놓고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선출부터 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함께 선출하자고 외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몫으로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진행한 여야 원 구성 합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장은 원내 제1교섭단체인 민주당, 법사위원장은 원내 제2교섭단체인 국민의힘 몫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이 야당 몫이라고 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합의를 파기했기 때문에 지난해 7월 이뤄진 여야 합의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원 구성 협상을 진전시킬 방법에서도 여야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선출을 먼저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인사청문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장관 등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기자들에게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동급에 놓고 협상하자는 발상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함께 선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길게 얘기할 것 없이 (법사위원장을) 저희 주시면 된다"고 못 박았다. 지난해 여야 원내대표들이 합의한 대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어달라는 주장이다.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역대 원 구성 지연 사례는?…1992년 14대 전반기 국회에선 '125일' 난항

국회의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됐던 사례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가 교섭단체 협상 등으로 원 구성을 시작한 지난 1988년 13대 전반기부터 21대 전반기까지 국회법상 시한을 준수한 경우는 임기 개시 9일 만에 문을 연 18대 후반기뿐이었다.

원 구성이 최악의 진통을 겪었을 때는 14대 전반기 국회다.

국회는 지난 1992년 5월 30일 임기를 개시했지만 국회의장 선출에만 한 달이 걸렸다. 그 뒤로 약 석 달이 지난 같은 해 10월 2일에야 상임위원장 선출과 상임위원 배정을 완료했다. 국회가 정식으로 문을 여는 데만 125일이 소요된 셈이다. 당시 교섭단체였던 민주자유당, 민주당, 통일국민 등 3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 등을 놓고 장기간 난항을 겪었다.

지난 2008년 임기를 시작한 18대 전반기 국회도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88일간이나 평행선을 달린 전력이 있다.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공동교섭단체 선진과창조 등 3개 교섭단체는 국회의장 선출에만 42일을 소요했다. 이후 상임위 구성과 상임위원장 선출에 46일이 더 걸렸다.

이 밖에도 15대 후반기(1998년)는 원 구성까지 79일, 20대 후반기(2018년)는 57일이 각각 소요됐다. 직전 20대 국회는 지난 2016년 6월 13일에 원 구성을 완료해 14일이 걸렸다.

◆원 구성 협상 지연으로 인사청문회까지 '빨간불'…민생은 뒷전인 국회

원 구성 협상 지연에 따른 상임위 공백은 역대 국회에서 빈번하게 반복됐던 일이지만, 인사청문회가 영향을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새 정부 출범과 후반기 국회 출범이 시기적으로 맞물린 탓이다.

상임위가 구성되지 않더라도 인사청문회를 할 수는 있다. 국회법 65조2의 3항에 따르면 상임위가 구성되기 전에 공직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이 있으면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청문회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인청특위 설치 구성은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제의할 수 있다.

문제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시한이 오는 18일로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불과 5일이 남았지만 국회는 여전히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표류 중이다.

13일 현재 국회는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소관 상임위를 꾸리지 못했다. 인청특위를 구성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지 않았다. 국회의장단마저 협상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박 후보자는 청문회 없이 임명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 후보자가 만취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데다 논문 실적 부풀리기 의혹 등을 받고 있어 청문회 없이 임명이 강행될 경우 교육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박 후보자를 향해 "음주운전도 언제 한 거며, 가벌성이라든가 도덕성 같은 걸 따져봐야 한다"고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또 국회가 원 구성에 난항을 겪자 윤 대통령은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을 시사하면서 여야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마치지 못하자 지난 8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시한을 지난 10일로 못 박았다.

민주당은 원 구성이 되지 않아 국회의장과 기획재정위원회가 공백인데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것 자체가 "청문회를 패싱하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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