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부동산개발업체(디벨로퍼)가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된 호텔을 인수해 주거단지로 복합 개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호텔은 도시 중심가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고 부지면적이 넓어 주거단지로 개발될 경우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 호텔이 사라진 자리는 소득이 높은 1~2인 가구나 상위 1%를 타깃으로 한 고급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입가 3.3㎡당 1.8억~3억원…낡은 옷 벗고 새 옷 입는 1세대 호텔들
15일 부동산투자업계에 따르면 디벨로퍼 미래인은 최근 부동산프로젝트금융회사(PFV)인 '르피에드청담PFV'를 통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프리마호텔 인수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프리마호텔은 1985년 건축된 강남 '터줏대감'으로 청담동 명품거리, 압구정 로데오거리, 도산대로가 가깝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고층개발이 가능하며, 매각대금은 4100억원대다. 대지면적(4638㎡) 기준으로 3.3㎡(평)당 약 3억원이다.
미래인은 프리마호텔을 고급 주거시설인 '청담르피에드'로 개발할 예정이다. 르피에드는 미국 최고급 주거상품으로 통하는 '피에르아테르' 개념을 도입한 국내 최초의 상품으로 특화설계와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 고급 커뮤니티 등이 제공되는 점이 특징이다. 청담르피에드는 송파르피에드, 강남르피에드 등에 이은 세 번째 시리즈다.
현대건설도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조성해 이태원 크라운호텔, 강남 르메르디앙호텔 등의 부지를 매입한 뒤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해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태원 크라운호텔 부지 매입에는 약 2500억원, 강남 르메르디앙 호텔 매입에는 약 7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호텔 모두 코로나19 이후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크라운호텔 부지는 2·3종 일반주거용지로 건폐율 50% 이하, 용적률 200~300%의 주거시설을 지을 수 있다. 인근 인프라는 부족한 편이지만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을 비롯해 한남동 주변에서 다수의 재개발 사업를 진행 중이라 크라운호텔을 고급 레지던스 등으로 개발하면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르메르디앙 호텔의 경우 대지면적이 1만362㎡에 달할 정도로 넓고,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바로 앞에 위치해 고급 오피스텔 입지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힐탑관광호텔도 고급 주거시설로 탈바꿈한다. 디벨로퍼 클라우드이엔씨는 최근 우창홀딩스와 힐탑관광호텔(대지면적 1942.4㎡)을 1000억원대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3.3㎡당 매각금액은 1억8000만원선이다.
힐탑관광호텔은 1985년 2월 준공된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의 관광호텔로, 지하철 7호선 학동역과 9호선 언주역 사이에 위치한다. 교통이 편리하고 인근에 업무·주거·문화시설이 밀집해 다수의 디벨로퍼가 관심을 나타냈었다. 클라우드이엔씨는 힐탑관광호텔 부지에 한 층에 한 가구만 위치한 고급 주거상품을 지을 계획이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서는 '컨버전(용도전환)'이 활발하다. 업계에서는 강남 임페리얼팰리스호텔, 청담리베라호텔 등의 부지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5성급 호텔인 임페리얼팰리스호텔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올해 1월 1일부터 무기한 휴관에 들어간 상태다. 영동대교 남단에 위치한 청담리베라 호텔은 지리적 우수성 때문에 다수의 디벨로퍼가 개발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진 자리는 고급 주거시설이 대체...오피스텔 2.0시대 열렸다
호텔이 사라진 자리는 호텔급 서비스를 갖춘 고급 주거시설이 대체할 예정이다. 소형 아파트에 조식·세탁·주차 등 각종 생활편의 서비스와 '클럽하우스'를 연상케하는 입주자들의 고급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주거 형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들 상품은 유학경험이 많아 해외 고급주거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소득수준이 높은 1~2인가구들이 주요 타깃"이라며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을 넘어 주거의 차원을 한 단계 올려주는 고급 도시형생활주택으로 개발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급 주거시설이 등장하면서 강남권 신축 오피스텔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기준으로 3.3㎡(평)당 1억~1억5000만원을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전용 40㎡ 미만 약 10평 남짓한 원룸의 실거래가가 대출금지선인 15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트리마제' 전용 35㎡는 지난 4월 16억3000만원에 거래됐고, 강남구 삼성동 '삼성힐스테이트 2차' 전용 40㎡도 지난해 15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16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고급 오피스텔로 분양해 6~7월 입주를 앞둔 마포구 '리버뷰나루하우스' 전용 63㎡ 호가는 16억~17억원, 광진구 '더라움펜트하우스' 전용 58㎡은 17억~20억원 선으로 모두 분양가대비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고급 주거시설 가격이 심각하게 고평가 됐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거래량이 동반하면서 당분간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의 거래규모별 아파트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서울에서 매매 거래된 전용면적 40㎡ 이하 아파트는 1173건으로 전체 거래량(5545)의 21.15%를 차지했다. 지난해 보다(12.16%) 약 74% 늘어난 수치다.
부동산 디벨로퍼 관계자는 "강남권은 땅 매입 단가 자체가 높기 때문에 매입원가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이들 부지는 일반 주택이 아닌 고급 주거시설로 개발할 수 밖에 없다"면서 "분양가를 맞추기 위해 점점 더 고급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품의 특별함을 더하다보니 강남권은 닭장같던 원룸 형태의 오피스텔 1.0 시대가 저물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호텔급 컨시어지 서비스를 결합한 오피스텔 2.0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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