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6월 들어 무역적자 폭이 월말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출액은 줄어든 반면 수입 규모는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러다 보니 4월과 5월에 이어 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나아가 올해 상반기 누적 무역적자 규모가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통관 기준 수출액 잠정치는 312억8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감소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3.5일로 지난해 동기(15.5일)보다 이틀 적다. 이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11.0% 늘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1.9%), 석유제품(88.3%), 가전제품(2.0%) 등의 수출액이 1년 전보다 증가했다. 반면 승용차(-23.5%), 자동차 부품(-14.7%), 무선통신기기(-23.5%) 등의 수출액은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대만(16.5%), 싱가포르(54.9%) 등의 수출액은 늘었지만 중국(-6.8%), 미국(-2.1%), 유럽연합(EU·-5.3%), 베트남(-4.7%) 등은 줄었다.
수입액은 389억25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1.1%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원유(63.8%), 반도체(40.2%), 석탄(155.4%), 가스(30.2%), 석유제품(24.5%) 등의 수입액이 늘었다.
특히 3대 에너지원인 원유·석탄·가스 수입액은 총 92억6100만 달러로 1년 전(55억2800만 달러)보다 67.5% 증가했다. 원유 수입액이 60억600만 달러로 가장 많고 석탄 16억9800만 달러, 가스 15억5700만 달러 등이다.
이에 반해 반도체 제조장비(-6.5%), 승용차(-34.8%) 등의 수입액은 나란히 감소했다. 상대국별로는 중국(23.4%), 미국(13.3%), 일본(1.9%) 등의 수입액은 늘고 EU(-3.3%), 러시아(-44.1%) 등은 줄었다.
수입이 크게 늘면서 이 기간 무역수지는 76억42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엔 2억3600만 달러 흑자였다. 이에 따라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들어서는 네 번째 무역적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지난 1월 47억42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월에는 9억 달러 흑자로 전환하며 지난해 12월(-4억2600만 달러)부터 2개월째 이어지던 무역적자 고리를 끊었다. 3월에도 2억1200만 달러 흑자를 거두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애초 3월 무역수지는 1억4000만 달러 적자로 잠정 집계됐으나 확정치에선 2억1000만 달러 흑자로 정정됐다.
하지만 4월 들어 다시 무역적자로 돌아섰다. 수출은 576억9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2.6% 늘고, 수입은 603억5000만 달러로 18.6%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25억8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달 수출액은 615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3% 늘었다. 5월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출액이다. 역대 모든 월 기준으로도 올해 3월(637억9000만 달러) 이후 두 번째로 높다.
그러나 수입액도 급증하면서 무역수지는 적자에 머물렀다. 지난달 수입은 32% 증가한 632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7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무역적자 규모도 커졌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54억6900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31억8600만 달러 흑자였다.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가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무역수지 집계를 시작한 1956년 이후 반기 기준 무역적자 규모가 가장 큰 시기는 1996년 하반기였다. 당시 125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간 이어지던 두 자릿수대 수출 증가 기록도 다시 깨질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2월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여파로 원유·가스·석탄 등 수입 에너지 가격과 밀·옥수수 등 국제 곡물값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탓이다.
우리 수출은 지난 2020년 12월(12.4%)과 지난해 1월(11.4%)에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지만 2월(9.3%)엔 한 자릿수로 내려갔다. 3월 들어 다시 두 자릿수대를 회복한 뒤 성장세를 이어갔다.
월별로는 지난해 △3월 16.3% △4월 41.2% △5월 45.5% △6월 39.7% △7월 29.6% △8월 34.7% △9월 16.9% △10월 24.2% △11월 31.9% △12월 18.3%, 올해 △1월 15.5% △2월 20.8% △3월 18.8% △4월 12.9% △5월 21.3% 등이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17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이달 수출은 한 자릿수로 꺾일 수 있다고 봤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전반적으로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화물연대 파업 등에 따른 물류 차질,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에 따른 교역량 감소, 기저효과 등을 언급하며 "이달 수출 증가율은 두 자릿수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연간 무역적자 규모가 15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올해 수출액은 7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하지만, 원·부자재 시세 급등으로 수입액은 이보다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현실화하면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국내 무역수지는 2008년 국제 금융 위기였던 2008년 133억 달러 적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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