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경기도의회, 78대78 의미 살리는 협치를 이루려면

승자 독식도 위험하지만 협치 없는 대립은 더 '위험'

의장선출 무산, 민생 팽겨쳤다는 우려와 비난 거세

'유쾌한 반란' 꿈꾸는 김동연 지사 의원 모두 고민해야

경기도의회 전경 [사진=경기도의회]

협치란, 힘을 합쳐 잘 다스려 나간다는 뜻으로 무언가를 결정하기에 앞서 협의와 공감대 조성을 선행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런 협치정신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 있어서 필수 덕목으로 통한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비록 정치 노선이 서로 다르더라도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해 중요 현안들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지난 6·1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회 의원수를 여야에 78대78로 나누어준 도민의 뜻도 여기에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하지만 지난 12일 파행을 거듭한 경기도의회의 모습을 보면 이와는 거리가 멀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파행의 원인이 도민들에게는 자리다툼으로 보일 의장 선출 등 원 구성 갈등으로부터 시작되어서다.
 

경기도의회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원들은 이날 오전 11시 제11대 도의회 첫 임시회를 열고, 의장·부의장 선거와 더불어 회기 결정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회 이후 바로 무산됐다. 의장 선출을 놓고 국민의힘은 전·후반기 모두 선거를 통해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민주당은 전반기에 민주당, 후반기에는 국민의힘이 돌아가면서 의장을 맡자는 의견을 내면서 파행했다.
 
이런 의장에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김규창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염종현 의원이 각각 후보로 나선 상태다.
 
4선의 염 의원이 3선의 김 의원보다 선수가 높으나 62세로 67세의 김의원보다 낮다.
 
도의회 회의 규칙에 따르면 득표수가 같을 경우 연장자가 의장으로 당선되지만 여야 모두 예측 불가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두표라도 이탈표가 생긴다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그렇다 하겠다.
 
이같은 이유로 회의 규칙 개정 등을 놓고 양당이 개원 이전부터 마찰을 빚었다.
 
또 상임위 배분과 관련해서도 양당은 운영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교육행정위원회, 경제노동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갈등이 빚어졌었다.
 
따라서 여야간 사전 물밑 협상이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원 직후 파행을 거듭하자 도민의 요구인 협치는 고사하고 기득권을 잡기 위한 자리싸움에 골몰한 나머지 민생을 팽개쳤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아울러 유권자가 만들어 준 의원 수 균형을 협치에 이용치 않고 파행으로 보답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우선 김동연 경기지사의 민생경제 대책을 지휘할 '경제부지사' 임명, 추경예산안 처리 등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추경예산의 경우 상임위원회와 예결특위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원 구성이 되지 않는다면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민선 8기 첫 추경안은 국비를 포함해 1조4000억원 규모다.
 
그중엔  격리자 생활지원금 등 코로나19 대책과 지역화폐 할인 지원 관련 국비 매칭 사업비 2500억원도 포함돼 있다.
 
또 김 지사가 1호 결재한 ‘비상경제 대응 민생안정 종합계획’에 따른 ‘고금리 대환 및 저금리 운영자금 지원’과 ‘중소기업 수출 관련 지원’ 등을 위한 자체 사업비 1500억원도 반영돼 있다.
 
모두가 한시라도 지급을 미룰 수 없는 서민과 직접 연관이 있는 긴급 예산들이다.
 
이런 사태는 제11대 도의회의 모든 의사 일정을 관장하는 의장이 없어서 비롯되고 있다. 오는 19일까지 의장선출에 대한 협상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 예측일 뿐 워낙 양당의 주장이 팽팽하기 맞서고 있어 쉽게 결론이 날지 미지수여서 도민의 불안은 크다.
 
지금이라도 몇 가지 핵심 어젠다만이라도 도의회 여야간 ‘패키지 딜’, 다시 말해 정책연합을 시도함도 좋을 듯싶다.
 
경기도민을 위해 연합 정치의 용기있는 비전을 제시하며 연정 등 도정 운영의 새 틀을 새로운 김 지사와 함께 논의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여야간 한발씩 양보, 의장단을 하루빨리 구성한 이후 도민을 위한 지방정치의 행보를 재촉했으면 하는 바람 또한 간절하다.
 
의회 운영에 있어서 승자 독식도 위험하지만, 협치 없는 대립은 더욱 위험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승자독식도 없고 협치도 원만히 이루어져 견제, 경쟁, 연합, 공조, 책임이 공존하는 경기도의회의 새로운 모습, 경기도민이 보고싶어 하는 지방 분권의 본질이 아닐까 한다.
 
협상에 관한 유명한 말이 있다. “요구에 얽매이지 말고 욕구를 찾아라” 또 다른 ‘유쾌한 반란’을 계획하고 있는 김 지사와 함께 도의원 모두가 이번에 원만한 도정을 위해 합리적인 협치의 사례를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