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약바이오 VC 투심 '주춤'..오픈 이노베이션은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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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권 기자
입력 2022-07-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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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국적 제약사 주도했던 '오픈이노'...국내 기업도 도입 확대 추세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 모습[사진=유한양행]



벤처캐피탈(VC)의 바이오 벤처 투자심리가 주춤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신약개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신약개발을 위한 파이프라인 확대의 일환으로 다국적제약사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오픈 이노베이션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도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동시에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전략을 말한다.

◆ 유한·JW·대웅 등 오픈 이노베이션 도입 후 성과 ↑

19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VC 업종별 신규 투자에서 바이오·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9.5%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28%에 비해 대폭 낮아진 수치다. 또 상반기 기준 제약바이오 분야 상장 기업도 10곳에서 올해 4곳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한 업체들이 상장과 함께 크게 흥행했던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외부 투자금 수혈이 어렵게 되자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협업에 나섰다. 

이 중 유한양행은 오픈 이노베이션 선두주자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2015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도입해왔다. 

유한양행은 오픈 이노베이션 도입 후 △사업다각화 △바이오벤처 발굴 △신약 후보 물질 파이프라인(제품 개발군) 확보 등을 추진해왔다. 8년간 45개사에 5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그 결과 유한양행은 상반기 기준 30여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특히, 국산 31호 신약 '렉라자'는 오픈 이노베이션 투자를 통해 결실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유한양행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오스코텍·제노스코로부터 전임상 직전 단계의 약물을 도입해 표적항암제 렉라자를 탄생시켰다. 렉라자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최대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됐다.

JW그룹은 지난 13일 미국 벤처캐피탈(VC) 아치벤처파트너스(ARCH Venture Partners)와 업무협약을 맺고, 글로벌 바이오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추진한다.

아치벤처파트너스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초기 단계의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미국 최대 벤처캐피탈이다. 이번 계약으로 JW그룹은 아치벤처파트너스의 ATS(ARCH Technical Service) 프로그램을 통해 아치벤처파트너스가 선별한 유망 바이오텍과 기술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JW그룹은 ATS 프로그램을 활용해 오픈 이노베이션 파트너를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저분자 합성신약 △바이오신약 △신규 모달리티 △데이터 사이언스 △의료·진단기기 △영양 등 분야 공동연구 파트너 발굴이 목표다.

대웅제약도 올해 상반기 자회사의 사례까지 포함해 12곳의 국내외 바이오벤처·연구기관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 중이다. 대웅제약과 영국 아박타가 합작 설립한 아피셀테라퓨틱스는 엑셀세라퓨틱스와 '유전자도입 줄기세포 치료제(AFX 플랫폼적용) 맞춤형 배지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작년 말부터 삼성물산과 함께 1500억원 규모의 바이오 벤처 투자 펀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조성하고 본격 투자에 나섰다. 첫 투자처로는 미국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인 '재규어 진 테라피'가 낙점됐고 삼성은 이 기업에 약 200억원 이상 투자했다. 

종근당 역시 지난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일부 성과를 냈다. 투자처 중 하나인 미국 바이오벤처 카라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요독성 소양증 치료제 'CR-845'가 FDA 승인을 얻어낸 것이다. 

앞서 종근당은 2012년 카라테라퓨틱스와 CR-845의 국내 독점개발 및 판매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의약품 개발에 참여해 왔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도 국내 제약사의 오픈 이노베이션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인한 성과가 늘고 있어 하반기에도 협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연구소 모습[사진=대웅제약]



◆ 오픈 이노베이션, 신약 개발 성공률 세 배 가량 높아 

제약바이오기업이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신약 발굴' 분야는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으로 꼽힌다.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상용화하면 수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소모되는 시간·비용이 상당하다. 신약 연구개발(R&D)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15년, 투자 비용은 몇 백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결국 수천억원의 개발비를 들여도 결국 상용화에 실패한다면 이 비용은 대부분 손실로 처리되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이처럼 리스크를 낮춰 기업의 부담감을 줄이면서도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을 높일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그간 폐쇄적이었던 방식에서 벗어나 차세대 성장 전략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학계는 물론 서로 다른 기술을 보유한 제약바이오 기업 간의 협업도 망설이지 않고 있다. 특히 IT 기업이 갖춘 역량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실제로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신약을 개발한 281개 글로벌 기업 성과를 분석한 결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 개발 성공률(34%)이 폐쇄형 혁신 구조(11%)보다 세 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성공하려면 서로의 니즈가 맞아야 하고 주고받을 게 확실해야 한다"며 "그리고 결과물이 나오는 걸 전제로 협상해야 계속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플랫폼을 가진 연구자 혹은 회사인지를 철저하게 따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단지 제약사가 바이오텍 기술을 돈으로 사들이는 개념은 아니다. 협업 형태가 △해외로의 기술수출 △바이오벤처로부터의 기술도입 △공동 임상개발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보통 제약사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한다고 하면 제약사는 돈을 대주고 바이오벤처는 과제를 수행해 주는, 자본과 기술의 만남 정도로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협업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무엇보다 서로 성과를 나누는 방식에서 크게 각각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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